10대 성매수 해놓고… “내가 언제” “성인인줄 알아” 오리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8일 03시 00분


■ 가출소녀와 성관계 24명, 경찰조사서 뻔뻔한 답변

15세 가출 청소년과 성매매를 했던 남성들이 선처를 구하며 경찰에 제출한 반성문.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며 반성한다고 했지만 정작 가출 청소년에 대한 사과의 말은 한마디도 없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5세 가출 청소년과 성매매를 했던 남성들이 선처를 구하며 경찰에 제출한 반성문.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며 반성한다고 했지만 정작 가출 청소년에 대한 사과의 말은 한마디도 없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앳된 얼굴의 15세 가출 청소년 A 양과 성매매를 했던 남성들의 뻔뻔함은 끝이 없었다. 서울 구로경찰서가 2∼4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A 양에게 10만 원 정도를 주고 성관계를 갖거나 성폭행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최근 불구속 입건한 성인 남성 24명의 이야기다. ‘뻔뻔남’들은 입을 맞춘 듯 처음에는 “A 양을 아예 모른다”고 잡아떼다가 증거를 들이대면 “연락만 했다”거나 “만났어도 성행위는 안 했다”고 발뺌했다. A 양 진술 등을 증거로 다시 추궁하면 그때는 “성매수는 했지만 어른인 줄 알았다”고 말을 바꿨다. 모든 게 들통 나면 “상대가 먼저 조건만남을 요구했다”며 가출한 A 양 탓으로 돌렸다.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A 양을 걱정한 남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 성매수 남자들은 마마보이?

일부 20, 30대 성매수 남성은 경찰의 전화를 피하다 출석요구서를 받고는 부모의 손을 잡고 경찰서에 왔다. 강모 씨(23)의 부모는 조사실에 따라 들어와 “우리 아이는 착하다. A 양이 억울한 사람 잡는 것”이라며 아들을 두둔했다. 강 씨는 부모가 조사실 밖으로 나가자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경찰 조사 결과 강 씨는 지하철 첫차를 기다렸다가 A 양을 만나러 올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다른 부모들도 A 양을 탓할 뿐 자신의 아들은 꾸짖지 않았다.

○ 뻔뻔한 반성문

일부 성매수 남성은 반성이 아니라 변명이 적힌 글을 A4용지 3, 4장에 빼곡히 적어 제출했다. A 양에 대한 사과는 단 한 줄도 없었고 자신의 미래와 가족 걱정뿐이었다.

검정고시 합격 후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인 B 씨(26)는 ‘남자들은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아도 대부분 성매매를 하지 않느냐’며 ‘서울 H대 공대에 가려고 했는데 처벌받으면 (전과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마사지 같은 일이나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떼를 썼다.

집안 형편이 어렵다는 C 씨(23)는 ‘신앙생활까지 하느라 돈이 부족해 애인도 사귀지 못해 늘 외로웠다’며 ‘서울 K대 경영학과로 편입하기 위해 준비 중인데 이렇게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다’고 썼다. C 씨는 한 예식장 여자화장실로 A 양을 데려가 유사성행위를 시킨 다음 남자화장실을 잠시 다녀오겠다며 나가 창문으로 도망친 남자였다.

○ 비겁한 아저씨들

회사원 이모 씨(34)는 변호사와 함께 경찰에 출석했다. 이 씨와 변호사는 입을 맞춘 듯 “A 양과 통화만 했지 만나지는 않았다”고 했다가 증거를 들이대자 “스물세 살인 줄 알고 만났으니 (처벌이 가벼운) 일반 성매매 위반 법률을 적용해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성인 여성을 성매수 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지만 미성년자를 성매수 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청소년 성매수는 신상공개 대상 범죄로, 판사의 결정에 따라 전자발찌까지 찰 수 있다. 남성 24명은 자신들의 신상이 공개되고 전자발찌를 차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돈을 아끼려고 아파트 화단이나 주차장 계단에서 성관계를 했으며, 임신 위험이 있을 때에도 콘돔을 쓰지 않았다. 한 남성은 “돈을 줄 테니 첩이 돼 달라”고 했고 다른 남성은 학생증을 보고 반색하기도 했다. 구로경찰서 실종수사팀 서제공 팀장은 “미성년자를 성적 도구로 삼은 남성들의 행태는 아동성폭력 범죄자와 다를 바 없다”며 “평범한 이웃 아저씨 얼굴 뒤에 숨겨진 비뚤어진 성의식을 보면 처벌이 더 엄격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우리집에 와서 자라” 유인한 뒤 성폭행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0대 성매수#오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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