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학내갈등 1년간 지켜보던 80대 노부부 “계속 발전해야”… 평생 모은 55억 익명 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8일 03시 00분


8월 31일 KAIST 발전기금사무국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익명의 노신사로 학교에 55억 원의 기부금을 내겠다는 것. 80대인 노신사와 그의 아내는 1년 전 기부금을 내겠다고 했으나 당시 학교가 연이은 자살 사건 등 갈등을 빚고 있어 잠시 기부를 미뤄 왔다. 하지만 더이상 국가 발전을 위한 과학기술 개발과 KAIST 발전이 지체돼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에 기부를 결정한 것.

부부는 학교에서 기부를 할 경우 신원이 알려질 수 있다며 기부 장소도 다른 곳을 요구했다. 6일 오전 경기의 한 식당에서 서남표 총장 등 학교 관계자를 만난 부부는 55억 원을 학교발전기금으로 약정했다. 이 돈은 부부가 사업을 하면서 평생 모은 현금과 주식, 채권 등이다. 부부는 “큰돈은 아니지만 기부금이 석좌교수 연구기금과 학생 장학금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이 노부부는 KAIST와 직접적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처음에는 기부 사실조차 밝히지 말 것을 원했다. 하지만 “신원을 공개하지 않을 테니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사실 공개만 허락해 달라”는 서 총장의 간곡한 제안을 뿌리치지 못해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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