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으로 불리는 경남 남해군이 석탄화력발전소 유치를 둘러싼 찬반 논쟁으로 시끄럽다. 남해군은 “발전소 유치가 지역 명운을 가를 것”이라며 주민투표 카드를 빼들었다. 반면 “생태계 파괴 등 부작용이 많다”고 주장하는 환경단체는 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관철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 전국 첫 화력발전소 찬반 주민투표
정현태 남해군수(50)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남해에너지파크(석탄화력발전소) 및 첨단산업단지 유치 문제를 주민투표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한국동서발전㈜이 남해군 서면 일원에 화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제안한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찬반 논란으로 지역공동체가 쪼개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남해군의 설명이다. 특히 주민투표를 통한 결정이라야 다른 지역과의 발전소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국 몇 개 지역에서 화력발전소 건설 의향을 밝힌 상태다.
주민투표는 남해군의회에서 ‘주민투표 실시 동의요구안’이 가결되면 본격적인 절차를 밟는다. 17일 주민투표가 발의되면 발전소 유치 찬성 및 반대 단체가 활동을 벌이고 다음 달 10일 남해군 인구 4만8900명 가운데 19세 이상인 3만4000명이 투표를 한다. 투표권자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 투표수 과반수의 득표로 주민투표 결과가 확정된다. 경남에서 주민투표가 실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는 전국 최초다.
○ “획기적 발전” vs “생존권 말살”
하지만 발전소 유치를 찬성하는 건설예정지 주변 주민 및 사회단체들과 이를 반대하는 환경단체, 농어민, 농어업 관련 단체들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다.
‘남해에너지파크 및 첨단산업단지 범군민 유치추진위원회’ 심원일 상임위원장(59)은 9일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으로 남해군은 존립마저 위태로운 실정”이라며 “발전소 건설은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전소 예정지는 2007년부터 조선산업단지를 만들기로 했던 곳이고 주변 지역도 여수산업단지와 광양제철, 화동화력발전소 등이 입주해 산업화가 많이 진행됐다”며 “제한적인 개발을 통해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해화력발전소 건설 저지 범군민 대책위원회’ 김경언 위원장(48)은 “인구 증가와 세수 증대 등을 유치 목적으로 내세우지만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와 공해로 남해 농어업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이는 지역 발전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농어민 생존권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전소가 들어선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동안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 온 ‘보물섬 남해’의 이미지는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한국동서발전은 지난해 7월 4일 남해군 서면 중현리 일원에 화력발전소를 포함한 남해에너지파크를 건설할 것을 남해군에 제안했다. 175만 m²(약 53만 평)에 8조6000억 원을 들여 4000MW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짓고 그 옆에는 100만 m²(약 30만 평)의 첨단산업단지를 내년부터 2021년까지 1, 2단계로 나눠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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