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1학년 A 군의 가족은 최근 충남으로 이사했다. 이사 후 집 근처 고등학교 여러 곳에 전학신청을 했으나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먼저 전화상으로 학교가 거절해 신청서류조차 내지 못하기도 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기자가 전학을 받아주지 않은 한 고등학교에 묻자 담당 교사는 “생활기록부에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심의했을 때 전학생으로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A 군의 생활기록부에는 ‘수업 중 서서 돌아다님’ ‘지도에 불응하고 불손한 태도를 보임’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전학을 거절한 또 다른 학교 교사는 “중학교 생활기록부를 보니 결석일수가 30일 이상이라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말했다.
매우 ‘주관적’인 이유를 들어 전학을 거절한 학교도 있다. 한 학교는 A 군의 어머니에게 “다른 지역에서 전학 온 학생을 여기 학생들이 ‘왕따’ 시키는 경우가 많아 전학생이 견디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정이 딱해지자 A 군이 다니던 고등학교 담임교사는 의견서를 써주었다. 의견서 내용은 이랬다.
‘학교생활 부적응이나 학생부 징계에 따른 권고전학이 아니다. 평소 생활에 큰 문제가 될 일은 전혀 없으며 잘 적응하고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의견서를 들고 돌아다녀도 A 군은 계속 퇴짜를 맞았다. 옆 시군구의 고등학교까지 전학을 문의했지만 마찬가지 결과였다. 속이 탄 A 군의 어머니는 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하소연했지만 “고등학교에서 전학생을 받을지 여부는 학교장 재량에 달렸다”는 말이 돌아왔다.
결국 A 군은 고육지책으로 원래 다니던 경기도의 고등학교에 계속 통학하기로 결정했다. A 군과 어머니는 매일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등교 준비를 했다. 오전 5시 집을 나서 어머니가 운전하는 자가용을 타고 수도권 전철 1호선의 가장 끄트머리 역인 신창역에 도착한 뒤 오전 5시 19분 첫차를 탔다. 결국 집에서 나와 학교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수업이 끝난 오후 4시 반에 바로 지하철을 타면 신창역에 도착했을 땐 오후 7시가 지나 있었다. A 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통학 문제로 야근이 없는 일을 하려다 보니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아 부업으로 생활비를 벌었다”고 말했다.
A 군은 앞으로 3년 간 충청도에서 경기도로 매일 왕복 6시간을 통학하는 일은 아무래도 무리라고 판단했다. A 군은 엄마와 상의 후 지난달 30일부터 학교를 나가지 않고 있다. 조만간 자퇴할 예정. A 군의 어머니는 “전학이 안 되는 줄 알았다면 이사를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 군은 “일단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번 뒤 이모가 있는 미국으로 가 고등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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