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10억 서울대 기부뒤 숨진 유회진교수 보험금 1억은 누구 소유?

“전재산 기부로 학교 소유” 서울대, 보험사 상대 소송에 법원 “상속과 기부는 별개”

모교 서울대에 자신의 전 재산 110억 원을 기부하고 세상을 떠난 유회진 전 동아대 산업공학과 교수(사진)의 보험금을 둘러싼 소송 1심에서 서울대가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판사 정효채)는 재단법인 서울대발전기금이 “유회진 전 1교수의 보험금 1억1200만 원을 지급하라”며 4월 KDB생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5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유 전 교수는 2007년 5월 KDB생명의 연금보험에 가입하며 보험수익자를 생존 시엔 자신으로, 사망 시에는 ‘법정상속인(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으로 지정했다. 유 전 교수는 세상을 떠난 부모로부터 건물과 대지 등을 물려받았지만 미혼에다 형제도 없는 상태였다.

▶본보 2011년 11월 12일자 A12면… 유회진 前교수 ‘치료비도 아껴…전재산…’

그는 보험 가입 2년 후인 2009년 구강암 판정을 받고 이듬해 2월 서울대와 “내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을 서울대에 기부한다”는 내용의 증서를 작성했다. 지난해 11월 유 전 교수가 53세로 세상을 떠나자 서울대는 그의 보험 가입 사실을 확인하고 “보험금은 유 전 교수의 재산이므로 보험사는 그의 재산을 포괄적으로 기부받은 서울대에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상속과 기부는 별개”라며 “보험금을 청구할 권리는 서울대가 아니라 법정상속인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또 “보험금은 상속재산에 속하지 않는다”며 “유 전 교수는 상속재산을 기부한 것이므로 그가 작성한 증서만으로는 보험금까지 서울대에 기부하려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법정상속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보험금은 보험회사가 갖는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