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엄마 신음소리로 아들 성불구 치료”

비뇨기과 의사 사칭해 성관계 맺은 40대 덜미

‘그놈의 목소리가….’

지난달 20일 오전 경기 용인시에 사는 A 씨(59·여)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A 씨 귀에 들린 것은 희미한 아들의 목소리. 서른 살을 훌쩍 넘은 아들은 “엄마, 나 좀 도와줘. 나 성불구래”라며 울먹였다. 이어 아들은 “치료가 필요한데 의사와 상담 좀 해달라”며 한 남성을 바꿔줬다. 의사라는 이 남성은 A 씨에게 “발기부전이 심각한데 약물 주사 수술 같은 치료가 필요하다”며 “특히 ‘모태치료’를 받으면 100%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남성이 설명한 ‘모태치료’는 바로 A 씨의 신음소리를 아들에게 들려주는 것이었다.

황당한 치료법이지만 놀란 A 씨는 그 말을 믿고 말았다. 하지만 이 남성은 의사가 아니라 용인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모 씨(45). 전화를 건 사람도 진짜 아들이 아니라 이 씨가 다른 목소리로 속인 것이었다.

이 씨는 “조용하게 치료해야 한다”며 A 씨를 용인의 한 모텔로 유인했고, “진짜 같은 신음소리가 필요하다”며 성관계를 가졌다. 또 치료비 명목으로 현금 25만 원까지 받아 챙겼다. 이 씨의 황당한 시술은 수치심을 참지 못한 A 씨가 아들에게 “병원을 옮기자”고 말하면서 들통이 났다. 이 씨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너무 잘 속아서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형사2부(부장 오인서)는 11일 사기 등의 혐의로 이 씨를 구속기소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