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이 뒤엉켜 복잡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사거리에서 승용차를 타고 남쪽으로 10분쯤 달리자 잘 가꿔진 공원과 녹지공간이 어우러진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한때 비닐하우스와 창고가 난립해 있던 버려진 땅을 바꿔서 만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리기’와 함께 핵심 국책사업으로 추진해 온 보금자리주택 가운데 처음으로 입주를 시작하는 ‘LH 푸르지오’ 아파트다. 입주를 이틀 앞둔 12일 현장은 마무리 점검이 한창이었다.
○ 뛰어난 거주환경에 기반시설도 우수
강남구 자곡·세곡·율현동 일대 94만 m²에 조성된 강남보금자리지구는 2009년 6월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됐다. 기존 강남권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 주변에 산과 하천이 있어 최고의 주거 입지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곳에 들어설 보금자리주택은 분양가가 m²당 303만 원대로 기존 강남권 아파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청약 접수 때 ‘로또 아파트’라 불리며 큰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3년 3개월 만인 14일 집주인을 맞게 된다. 이 아파트는 20층이 넘는 고층이 없고, 동(棟) 간 거리도 일반 아파트보다 멀게 설계해 주거 쾌적성을 극대화했다. 단지 뒤편의 대모산과 중심 가로 사이에 조성된 생태통로는 문주와 꽃담 등 한국 전통의 미를 강조한 디자인으로 꾸며졌다. 단지 내 보육시설과 경로당은 지열, 태양열 등을 이용한 친환경 시스템을 도입했고, 각 가정에서는 에너지 사용량을 수시로 점검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학교와 상가시설도 대부분 완공됐다. 단지 옆 세곡1초등학교는 이미 공사가 끝난 상태로 교사까지 배치됐다. 중학교도 내년 3월이면 문을 연다. 분양이 모두 완료된 단지 내 상가 역시 입점 준비가 한창이다.
○ ‘로또 아파트’ 당첨된 사람들은 누구
이 아파트 입주자는 평균 22년간 무주택자의 설움을 견뎌 왔다. 이들의 평균 청약저축 납입금은 1900만 원이었다. 또 짧게는 15년에서 길게는 최고 28년 동안 청약저축을 납입했다. 평균 연령은 49세다. 40대가 46%인 410명으로 가장 많고, 60대 이상도 128명이나 된다. 최고령 계약자는 87세다.
입주민들은 ‘로또’에 당첨된 듯 싱글벙글했다. 84m² 아파트에 입주하게 된 조영주 씨(34·여)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짜리 셋집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강남에서 내 집을 갖게 돼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주변에서 로또를 맞은 셈이라며 부러워했다”고 자랑했다. 8년 만에 내 집을 마련하게 된 어동선 씨(36)는 “결혼 이후 그동안 반지하 전셋집만 전전하던 생활을 드디어 끝낼 수 있게 됐다”며 “공원 놀이터 등이 잘 꾸며져 있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강남보금자리지구를 방문한 이지송 LH 사장은 “20년 넘게 무주택자로 살아오던 서민들이 처음 내 집에서 추석 명절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더 기쁘다”며 “입주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입주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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