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Harmony]한옥으로 이사온 강남 주부… 그 매력, 어찌 뿌리칠 수 있으리오

  • Array
  • 입력 2012년 9월 17일 03시 00분



“올여름 너무 더웠다고 불평하는 분이 많던데 전 별로 더운지 몰랐어요. 문을 활짝 열어놓고 대청마루에 앉아 있노라면 오히려 선선하던걸요.”

“한옥의 사계절 중 여름이 제일이라던데 올여름 그 말을 실감했어요.”

지난해 말 강남 아파트를 떠나 북촌과 서촌으로 이사해온 김미경 씨(42)와 윤정예 씨(60)는 말문을 열자 한옥 예찬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두 사람은 전형적인 강남 주부였다. 김 씨는 결혼 후 줄곧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살았고, 윤 씨도 서초구 서초동과 양재동 빌라촌을 맴돌았다. 아침에 자녀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차를 몰고 마트나 백화점에 들렀다 하교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오는 게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한옥으로 이사를 온 뒤로는 많은 게 달라졌다. 정해진 날에만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수 있게 되자 계획적인 소비를 하게 됐다. 김 씨는 “강남에 살 때는 매일 집 근처 대형마트에 들러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사 냉장고에 채워 두는 일이 많았다”며 “요즘에는 열흘에 한 번 장을 본다”고 말했다.

도로가 좁고 주차가 어려워 차를 집에 두고 걸어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걷는 재미에 빠졌다. 덕분에 일요일 미사를 보기 위해 도보로 30분 이상 걸리는 명동성당도 걸어 다닌다.

이웃들과 어울려 지내는 즐거움도 새롭게 깨달았다. 열린 대문 사이로 내부를 들여다보는 외국인, 골목길 편의점 아저씨, 옆집 이웃들…. 이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 줄 모를 때도 있다. 이런 변화가 윤 씨도 신기하다. “양재동에 살 때 집 문을 열어두는 것은 상상도 못했어요. 이웃들과 수다를 떨다 보니 활기가 넘치고 지병이던 천식도 가라앉았어요. 제 나이에 참 즐거운 변화죠.”

이들처럼 한옥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이가 늘어나면서 한옥 수요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당장 입주하지 않더라도 은퇴한 뒤 제2의 삶을 한옥에서 시작하려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도 많아졌다.

문제는 비용이다.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대표적 한옥 밀집지역인 종로구 가회동 일대 북촌 한옥마을은 m²당 매매가가 평균 1000만 원을 웃돈다. 종로구 누하동 주변 서촌 한옥마을도 m²당 매매가가 640만 원대에 형성돼 있다. 강남 아파트 값과 비슷하거나 되레 높다.

지방 소도시나 전원 지역은 기존 한옥이 드물어 땅을 사서 신축하려는 수요가 많다. 전문가들은 “한옥은 위치나 구입 방법, 구조 등에 따라 가격차가 많이 나므로 다양한 정보를 모으는 게 좋다”고 말한다. 부동산개발컨설팅전문업체 ‘피데스개발’에 따르면 한옥 건축비는 m²당 166만∼454만 원. 신축 한옥은 마감 재료와 디자인에 따라 건축비가 달라지는데 전통방식을 따르면 가격이 훌쩍 높아진다.

지방자치단체가 한옥 개·보수를 지원해주는 것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서울시는 한옥 매입자가 개·보수 견적서를 제출하면 한옥위원회 심의 결과를 토대로 공사 내용 및 범위에 따라 채당 최대 6000만 원을 지원하고 4000만 원 한도 내에서 융자를 해준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