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5시경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 구속 수감됐던 최모 씨(50)는 모두 잠들기를 기다렸다 일어난 뒤 윗옷을 벗었다. 그리고 유치장 쇠창살 아래 배식구에 머리를 몇 번 흔들어 집어넣어 빠져나간 뒤 어깨를 비스듬히 해 몸을 넣었다. 배식구는 가로 45cm, 세로 16cm로 보통 남성은 통과하기 어렵지만 키 165cm, 체중 52kg으로 상당히 마른 편인 최 씨는 그 구멍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유치장을 지키던 경찰관 2명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고, 나머지 유치인 7명도 단잠에 빠져 있었다. 배식구에서 나온 최 씨는 유치장 외벽 창문에 설치한 3개의 창살 맨 아래 공간(가로 79cm, 세로 13.5cm)을 힘으로 벌려 통과한 뒤 그대로 달아났다. 창문은 바닥에서 약 2m 높이에 달려 있었는데 절도 등 전과 25범인 최 씨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경찰이 최 씨가 도주한 사실을 안 것은 2시간여 후. 유치장 내 폐쇄회로(CC)TV에는 최 씨의 도주 행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최 씨는 7월 초 동구의 한 주택가에 침입해 물건을 훔치다 주인에게 들키자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후 도망쳤다가 이달 12일 붙잡혔다.
난감해진 경찰은 대구지역 형사 전원을 동원하고 수배전단을 배포했다. 유치장 배식구는 투명 아크릴판으로 막고 급식 때만 열도록 했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벌어질 수 없는 일이 일어나 난감한 상황”이라며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조사를 벌여 엄중 문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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