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경인교육대 부설 초등학교 학생들이 자율으로 팀을 이뤄 굴렁쇠, 투호 등의
놀이를 즐기고 있다. 경인교육대 부설 초등학교 제공
“노인정에서 할아버지들에게 목욕을 해드렸어요. 때가 많이 나와 처음엔 하기 싫기도 했지만 봉사활동을 마치고 나니 기분이 참 좋아졌어요.”
17일 오전 경인교육대 부설 초등학교(인천 계양구 안남로) 문화관 강당. 단상에 오른 어린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경험한 봉사활동 내용을 열심히 친구들에게 설명했다.
이 학교 전교생 670명은 최근 2주간 모두 ‘사랑의 용돈 모으기 운동’을 했다. 아파트 청소, 꽃 물주기, 신발장 정리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 40분당 최대 1000원을 받는 ‘아르바이트 봉사’를 한 것.
이날 그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학생들은 봉사 경험을 나누고, 그동안 번 용돈을 전액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는 기탁식을 가졌다. 기탁금은 강화군의 한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이 학교 이범응 교장은 “학생들이 낸 현금이 대개 지폐가 아닌 동전이어서 후원회장이 무거운 ‘현금 봇짐’을 쩔쩔매면서 들고 갔다”며 “우리 학교에서는 오늘처럼 봉사활동으로 모은 용돈을 유네스코 등에 기탁하는 활동을 1년에 4차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독특한 점은 2주에 한 번꼴로 열리는 조회에서도 잘 볼 수 있다. 일방적인 교장선생님의 훈화 시간이 아닌 학생들이 단상에 올라 존경하는 인물을 설명하는가 하면 학부모들이 학교에 바라는 사항을 얘기하는 시간으로 꾸려진다. 매주 금요일 수업 전 1시간 동안 학생 주도로 운동장, 체육관, 놀이터에서 축구 농구 훌라후프 굴렁쇠 투호 줄넘기 등 ‘아침놀이’를 주로 한다. 아침놀이의 규칙은 ‘절대 혼자 놀지 않고 여러 명이 함께 어울릴 것’이다. 함께 어울리는 속에서 협동심과 우정을 기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금요일을 제외한 평일 1교시 전에는 30분간 자율 독서시간을 갖는다. 학생 1명당 일주일에 3권에서 5권 이상 읽고 있다. 4년간 계속된 독서시간으로 6학년의 한 학생은 벌써 800권의 책을 읽기도 했다.
자율독서와 함께 ‘칭찬 릴레이’도 이 학교의 자랑이다. 이 학교 홈페이지의 ‘큰빛마당(칭찬과 우정)’ 코너에는 친구를 자랑하는 글이 올해에만 1만5000건가량 올라 있다. 6학년인 한 학생은 ‘인내심이 많은 ○○’라는 제목의 글에서 “○○는 매일 친구들과 장난을 칩니다. 그런데 장난을 치다가 ××와 같은 아이가 ○○를 때립니다. 다른 아이 같으면 화를 냈을 만한데 ○○는 항상 참습니다. 저는 그런 ○○의 인내심을 본받고 싶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런 일상을 소재로 서로를 칭찬하는 일이 이 학교 학생들에겐 습관이 됐다.
학교 측은 “아침놀이, 칭찬 릴레이 등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여러 활동 덕분에 우리학교에서는 ‘왕따’ 같은 집단 따돌림이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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