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굴착기 난동에 경찰지구대 쑥대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8일 06시 03분


40여분간 행패에 경찰 실탄 쏴 검거

불법주차 단속에 불만을 품은 중장비 기사가 한밤중 만취한 채 굴착기를 몰고 경찰서 지구대로 돌진해 난동을 부리다 경찰이 쏜 실탄을 맞고 붙잡혔다.

중장비 기사 황모 씨(41)는 17일 오후 10시5분경 자신의 굴착기를 몰고 경남 진주시 상대동 진주경찰서 상대지구대에 돌진했다.

황 씨는 굴착기 집게로 주차된 순찰차를 내리찍은 뒤 거꾸로 들어 지구대 벽면을 향해 여러 차례 내던졌다.

이 때문에 순찰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납작하게 찌그러져 완전히 부서졌으며, 순찰차에 부딪힌 파출소 간판과 벽면도 파손됐다.

황 씨는 지구대 현관문, 지구대 옆 가로등, 가로수, 입간판에도 집게를 휘둘러 박살을 냈다.

당시 지구대에는 6명이 근무하고 있었으나 제대로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경찰이 테이저건(전기총)을 두 차례 발사했으나 황 씨는 계속 굴착기로 경찰관을 위협하고 주변 기물을 계속 부쉈다.

난동을 제지하기 위해 굴착기에 올라탄 경찰관을 굴착기 본체를 회전시켜 땅바닥에 떨어뜨리거나 집게를 좌우로 휘두르며 지구대 도로를 역주행하기도 했다.

40여분 간 계속된 굴착기 난동은 경찰이 실탄을 쏘고 나서야 멈췄다.

인근 파출소에서 지원 나온 권동춘 경사(42)는 황 씨가 굴착기를 몰고 지구대로 재진입을 시도하자 황씨의 하반신을 겨냥해 실탄 3발을 발사했다.

이 가운데 한발이 황 씨의 허벅지에 맞았다.

나머지 두발은 굴착기 운전석에 맞았다.

경찰은 황 씨가 만류와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굴착기 집게를 휘둘러 직원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여서 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황 씨는 이날 낮 3시30분경 "내차는 불법주차 단속을 당했는데 다른 차들은 왜 단속하지 않느냐"며 진주시청을 찾아가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주차단속원, 청원경찰을 폭행하거나 팔을 물어뜯어 경찰에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진주 경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황 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이 난동 2시간 후 병원에서 음주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99%의 만취상태로 드러났다.

경찰은 황 씨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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