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범 20년간 ‘식물인간 행세’ 결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복역 피하려 형집행정지 신청… 月1회 방문검사 속이다 수감

아내 살해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수감자가 복역을 피하기 위해 20년 동안 식물인간 행세를 하다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1991년 초 교통사고를 당한 김모 씨(당시 37세)는 부부 싸움 끝에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7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어린 딸들을 감안해 징역 2년 6개월로 대폭 감형했다. 김 씨는 이듬해 교통사고 후유증을 치료한다는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얼마 뒤 김 씨 가족은 김 씨가 식물인간 상태라며 형집행정지 연기 신청을 냈다. 담당 검사는 산소호흡기를 입에 물고 식물인간인 듯 누워 있는 김 씨를 확인한 뒤 요구를 받아들였다. 경찰은 이후 한 달에 한 번 김 씨 집을 찾아 병세를 살폈고 법무부는 6개월마다 형집행정지 기간을 늘려 줬다.

하지만 최근 의사 출신 검사가 김 씨 집을 방문한 결과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가 대소변용 기저귀를 차지 않고 휠체어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식물인간에게 흔히 보이는 욕창도 없고, 팔과 다리엔 단단한 근육이 붙어 있었다. 김 씨는 형집행정지를 받은 지 1년 만에 재혼을 해 아들까지 낳았다. 가명으로 취업했고 평소엔 번듯한 아파트에서 살다 경찰 방문 검사를 받을 때는 옛집에서 식물인간 행세를 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12일 김 씨를 천안교도소에 재수감했다.

[채널A 영상] 평소엔 가장 역할 하다가 검사 앞에서만 식물인간인 척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식물인간#살해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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