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밝히지 않은 독지가가 11년째 ‘사랑의 쌀’을 기부했다. 제주시는 익명의 독지가가 10kg들이 쌀 1000포대를 기탁했다고 20일 밝혔다. 쌀값은 시중가격으로 2500만 원가량이다. 이 독지가는 13일 제주시를 방문해 종전에는 제주시 일도2동, 화북동에 쌀을 기탁했으나 올해부터 제주시 전체로 확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독지가는 면바지, 티셔츠 차림으로 언뜻 보기에 재력가로 보이지는 않았다. 이 독지가는 “밥을 먹을 정도만 되더라도 쌀을 계속 보내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이 독지가는 2001년부터 추석과 설 명절 때마다 쌀을 기탁했다. 지난해까지 기탁한 쌀만 10kg들이 8000포대로 2억 원이 넘는다. 제주에 흉년이 들자 모든 재산을 털어 사들인 곡식을 백성에게 나눠준 제주의 여성 거상(巨商) 김만덕(1739∼1812)을 닮았다는 말이 나와 ‘현대판 김만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온정이 계속 이어지자 독지가의 신원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으나 끝내 익명을 고집했다.
독지가는 19일 쌀을 5t 트럭에 실어 제주시 건입동 평생학습관으로 보냈다.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26개 읍면동 관계자들은 쌀을 나눠 싣고 기초생활수급자, 홀몸노인, 북한이탈주민 등 저소득 주민에게 향했다. 제주시 강철수 주민생활지원과장은 “경제 상황이 넉넉하지 않은데도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그의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며 “기부 문화가 널리 퍼져 따뜻한 사회가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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