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았을 때 조산원 측의 사산이라는 말을 믿고 지내온 한 부부와 그때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딸이 상봉했다.
호주의 민영방송사 SBS는 18일 ‘영아 매매’를 통해 입양된 한국계 호주 여성 에밀리 윌(가명·24) 씨의 기구한 인생을 소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현재 시드니에 살고 있는 윌 씨는 1988년 경남 거제의 한 조산원에서 태어났다. 태어날 당시 조산원 측은 돈을 벌기 위해 ‘출산 중에 아기가 죽었다’고 부모에게 거짓말을 한 뒤 입양 수수료를 받고 호주로 입양시켰다. 그의 위조된 입양 문서에는 부모가 딸이 이미 2명이나 있어 입양을 시키는 것으로 적혀 있었다.
윌 씨는 호주에서 양부모 밑에서 자라다가 최근 결혼해 딸을 출산하면서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은 생각이 들어 친부모의 존재를 찾아 나섰다. 윌 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출산 도중 죽은 것처럼 위장돼 호주로 강제 입양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친부모가 사는 곳도 알아내 거제까지 찾아가 친부모를 만났다.
친부모 역시 딸이 출산 과정에서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윌 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윌 씨는 “모든 것이 조산원 측에서 돈을 벌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며 “나의 인생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느냐”면서 흐느꼈다.
태어날 때 죽은 줄로만 알았던 딸과 24년 만에 만난 친부모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울기만 했다. 윌 씨도 “친부모와 대면한 순간 머릿속이 텅 비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윌 씨는 자신의 강제 입양 사실을 호주 법무부에 신고했다. 호주 법무부는 조사에 착수했지만 너무 오래전 일인 데다 조산원 측 담당자들이 대부분 바뀐 상태여서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주 법무부 대변인은 “윌 씨의 경우와 같은 사례가 호주에서 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호주 정부로서는 입양 상대국에 영아 강제매매 같은 사례가 없게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수많은 고아를 양산했던 6·25전쟁 이후 호주로 입양아를 수출하는 주요 나라 중 하나였지만 2006년 이후 그 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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