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표현에 민감한 중고교생들에게 학교 체육대회는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개성만점 ‘반티’(반별로 맞춰 입는 티셔츠)를 통해 만날 똑같은 교복과 체육복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을 한껏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꺅! 귀신이다.”
강원 설악여중 학생과 교사들은 체육대회 날 3학년 9반 학생들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이들이 입은 ‘소복 반티’ 때문이다. 하얀 소복 차림으로도 모자라 옷에다 가짜 피를 묻히고 칼 모양의 무시무시한 머리띠를 한 것. 엄마의 립스틱으로 눈 밑에 ‘피눈물’을 그려 넣고 입술마저 새빨갛게 칠하자 ‘전설의 고향’에나 나오는 ‘처녀 귀신’이 따로 없었다.
전남 순천동산여중 체육대회에는 난데없이 ‘유치원생’들이 등장했다. 3학년 5반 학생들이 파란색 반바지에 빨간색 멜빵, 노란 티셔츠와 빵모자를 갖춰 쓴 유치원생으로 변신한 것. 교사와 동료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자 수련회 장소에까지 유치원복 차림으로 나타난 학생들. 수련회를 이끄는 무서운 교관들은 5반 학생들의 이런 귀여운 차림에 차마 기합을 주지 못한 채 이런 ‘특별한’ 기합으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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