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인업체는 봉? 도로公 직원, 성상납까지…

  • Array
  • 입력 2012년 9월 25일 03시 00분


■ 간부서 말단까지… 내부감사로 드러난 비리백태

업무상 갑(甲)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 을(乙)에게 군림하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24일 드러난 한국도로공사 일부 직원의 갑(甲) 행태는 상상을 뛰어넘는 추한 양태를 띠고 있다. 견인업체에 사고 정보를 알려주는 대가로 상습적으로 성상납과 향응을 제공받고, 견인업체 차량을 출퇴근용으로 이용하고, 견인업체 직원에게 야식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고….

○ 견인업체는 도로공사의 봉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실은 한국도로공사의 내부감사 문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공사 직원 A 씨 등 두 명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견인 차량 운영업체에 사고 정보를 알려주고 수차례에 걸쳐 유흥주점에서 한 번에 100만 원이 넘는 향응과 성 접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A 씨는 사고처리 업무를 담당하는 대리급 직원으로 야간 상황실 근무 때 견인업체 직원에게 통닭이나 족발을 사오라고 시키기도 했다. 또 견인업체로부터 사고차량을 넘겨받는 차량 정비소에 부인의 고장 난 자동차를 맡기고 수리비를 내지 않는 등 ‘슈퍼 갑’으로 군림했다.

영업 대리로 일하는 B 씨는 견인업체와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공사 직원이라는 점을 내세워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에서 접대를 받다가 적발됐다. 그는 견인업체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등 부당한 편의도 제공받았다.

공사 관계자는 “이 실무자들은 내부에 경조사나 승진 등의 ‘이벤트’가 생기면 유착된 견인업체를 불러 ‘나 때문에 돈 많이 벌지 않았느냐’며 적극적으로 향응을 요구한 점이 밝혀져 해임했다”고 설명했다.

보험회사에서 운영하는 견인차량과 달리 일반 견인업체들은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야 수익을 낼 수 있다. 공사에 접수되는 사고 정보를 경쟁업체보다 먼저 빼내기 위해 목을 매는 현실을 공사 직원들이 악용한 것이다. 공사의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춘천고속도로에서 견인 조치가 필요한 사고 건수가 월평균 14건이었는데 이번에 향응을 제공하다 적발된 업체가 한 달 평균 10건이 넘는 견인 실적을 보였다.

이 밖에도 국무총리실의 공직기강 점검을 앞두고 총리실 제보를 받아 최근 공사가 진행한 직원 비위사항 조사에서는 본부장급 인사가 고속도로 공사를 맡고 있는 건설업체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견책에 그쳤다.

○ 법인카드는 내 맘대로, 출장보고서는 가짜로

법인카드와 출장 관리에도 허점이 속속 드러났다. 공사 내부감사 결과 본부장 및 팀장급 직원 3명은 5월 8박 10일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선진국의 고속도로 관리 자료를 수집하고, 댈러스에서 4일 동안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하지만 이들은 회의에 이틀만 참석한 뒤 나머지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관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관계자는 “출국 전 미리 관광일정표를 짜 놓고는 관광일정을 제외한 허위 일정표를 만들어 보고한 점이 밝혀져 감봉과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법인카드로 가족과 음식점을 이용하고 친구에게 줄 양주를 구입한 직원들도 적발됐다. 마라톤 동호회 밥값을 법인카드로 지불한 사례도 적발됐다. 공사는 지난해 10월에 기획재정부가 진행한 감사에서도 통상적인 식사시간이 아닌 근무시간에 법인카드로 음식점에서 사용한 금액이 총 2529건 4억2800만 원에 이른다고 지적받았다. 공사 측은 “법인카드를 사용하면 바로 문자로 관련 부서에 통보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해 관련 업체와 유착관계가 형성되지 않도록 하는 등 재발 방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채널A 영상] 강남구청 직원, 성매매 잡으라고 보냈더니 그자리서 ‘성매수’



#도로공사#비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