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이 여죄 말했나 알아보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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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5일 03시 00분


6명 연쇄살인 무기수 편지 들통… 명일동 살해 등 2건 더 드러나

영원히 묻힐 뻔한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살인사건의 마지막 퍼즐을 맞춰준 옥중편지.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영원히 묻힐 뻔한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살인사건의 마지막 퍼즐을 맞춰준 옥중편지.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2004년 8월 명일동 주공아파트에 마약을 받으러 갔다 돌아온 적이 있네. 이진구가 이 일을 서 형사에게 말했는지 알고 싶네.’

지난해 10월 경북 제1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병주(46)는 출소한 옛 감방 동료 A 씨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자신과 이진구가 2004년 8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혼자 있던 주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실을 이진구가 경찰에 털어놨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이병주와 이진구는 2004년 8월 공급책에게 마약을 받으러 명일동 주공아파트를 찾아갔다 허탕을 쳤다. 이들은 단지 내의 문이 열려있던 한 집에 들어가 주부를 무참히 살해하는 것으로 화풀이했다. 사흘 뒤에는 길가는 여성 2명을 흉기로 찌르는 ‘미아리 흉기 피습’을 저질렀다. 하지만 그 후 근 8년간 이들의 범행은 들통 나지 않았다.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던 두 사건이 연쇄살인마 이병주와 이진구의 여죄였음이 편지 한 통과 형사의 끈질긴 추적으로 최근 드러났다. 이병주와 이진구는 이미 서울 송파구 석촌동 전당포 주인과 종업원 등 6명을 연쇄 살해한 죄로 2005년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들은 명일동 살인과 미아리 사건은 숨기고 있었다.

이병주의 발목을 잡은 것은 A 씨에게 보낸 편지였다. 이병주는 경찰이 명일동 사건에 대해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편지를 썼는데 A 씨가 이 사건을 추적해온 서울 광진경찰서 서주완 경사에게 올 3월 편지를 건넨 것이다. 서 경사는 앞서 10여 차례나 교도소를 찾아가 이병주를 추궁했으나 이병주는 오리발만 내밀었었다.

서 경사는 이진구가 지난해 6월 말 간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이진구로부터 범행 자백을 받았지만 곧 그가 64세의 나이로 숨지는 바람에 자세한 진술은 받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마침내 올 3월 서 경사가 이병주 앞에 편지를 내밀며 추궁하자 그는 “내가 한 일이 맞다. 내 칼에 쓰러진 피해자 모습이 지금도 자주 떠오른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이병주에게 강도 살인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현재 무기징역인 이병주는 재판결과에 따라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명일동 살인사건#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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