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뒤에 과수 꽃-새싹 틔워… 앞으로 1,2년간 열매 못 맺어
농산물값 폭등땐 소비자 피해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지만 전남 일부 지역에는 배꽃, 벚꽃이 피고 있다. 참다래나 단감나무에도 새싹이 돋고 있다. 연이은 태풍으로 잎사귀가 모두 떨어진 과실수들이 생존을 위해 가을에 꽃과 새싹을 피우는 것이다. 이 같은 기현상을 보이는 과일나무는 앞으로 1, 2년간 열매를 맺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낙과 피해를 본 과수농가에 겹 시름을 안겨 주고 있다.
전남도내 과실수 재배면적 1만8302ha 중 7500ha(40%)가 ‘볼라벤’ 등 태풍으로 낙과 피해를 봤다. 낙과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과실수는 배, 단감, 유자, 참다래.
낙과 피해를 본 과실수 중 잎사귀가 모두 떨어진 1∼2%는 가을에 꽃과 새싹이 나는 불시개화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태풍으로 잎이 없어진 과일나무들이 새로운 잎을 만들어 영양을 공급받으려 하는 것이다. 해안가인 신안, 진도, 고흥지역 등에 불시개화 피해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김명식 전남도 농업기술원 과수담당 지도사는 “불시개화가 일어나면 향후 1, 2년간 봄에 꽃이 피지 않아 열매도 맺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농작물재해보험 기간이 과실수의 경우 최장 2, 3년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풍으로 가을배추나 무를 심는 시기도 1주일 정도 늦어졌다. 고랭지 배추나 무의 수확시기도 차질을 빚었다. 더욱이 지난해 가을배추 가격 폭락으로 올해 가을배추나 무 재배면적도 줄었다. 올해 해남, 영암 등 가을배추 주산지 재배 예상면적은 3174ha로 지난해보다 18%, 평년보다 5% 줄었다. 가을무 재배 예상면적도 1040ha로 지난해보다 10%, 평년 대비 15%나 감소했다.
태풍에 따른 농작물 피해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전남도는 최근 배 값이 지난해보다 38%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배추는 185%, 무는 91%가량 인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태풍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농민들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며 “강풍으로 인한 과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풍림을 조성하고 재해보험 가입률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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