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6시경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본관 앞. 철가방을 든 박모 씨(46·여)는 딸의 손을 잡고 이를 악물었다. 이 학교 1학년 1학기를 다니다 휴학한 딸(21)은 의대에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원서를 냈다. 하지만 학교생활기록부를 내는 걸 깜박했다. 봉사활동 증빙서 등 입학 관련 서류를 110여 장이나 낸 것도 탈락 사유가 되지 않을까 불안해했다. 학교 측은 입학 관련 서류를 50장 이내로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박 씨는 24일 입학사정관을 찾아가 “서류가 누락됐으니 사정을 봐 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박 씨는 25일 새벽 학생부가 담긴 철가방을 든 채 배달원으로 가장해 딸과 함께 학교 본관 3층으로 올라갔다. 경비원은 마침 자리를 비웠고, 입학사정관실 문도 청소 문제로 열린 상태. 박 씨는 의예과 서류를 모아 둔 박스에서 딸의 서류를 찾아 70여 장을 빼내고 대신 학생부를 끼워 넣었다.
하지만 모녀는 방을 빠져나오다가 경비원에게 발각돼 경찰에 넘겨졌다. 학교 측은 “원서 접수 직후 곧바로 전산처리가 끝나 설사 바꿔치기에 성공했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을 것”이라며 “서류를 많이 낸 것은 상관없지만 학생부가 없으면 사실상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이 모녀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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