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전산실 차려 탈세… 80억 꿀꺽 치과의사 232억 물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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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7일 03시 00분


■ 고소득 자영업자 탈세 교묘… 상반기 339명에 2229억 추징

서울 강남에서 이름난 치과병원 원장인 A 씨는 1990년대 중반 개원 때부터 환자들에게 은밀한 조건을 내걸었다. 현금을 내면 치료비를 15% 깎아주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소득을 숨겨 탈세를 해오다 2010년 4월 걸림돌을 만났다. 30만 원 이상일 때 적용하는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제도’가 시행된 것.

그는 현금영수증을 발행하는 대신에 탈세를 위한 비밀 사무실과 전산실을 마련했다. 소득 자료를 조작할 전산 전문가도 고용했다. 2008년부터 3년 동안 숨긴 현금수입은 195억 원, 최근 2년간 현금영수증 미발행 규모는 304억 원이었다.

국세청은 A 씨에게 소득세와 가산세 등 80억 원을 추징하고 현금영수증 미발행 과태료로 제도 도입 이후 최고액인 152억 원을 부과했다. A 씨는 50억 원 정도의 세금을 내지 않으려다 가산세 과태료 등을 포함해 232억 원을 내게 됐다.

국세청은 올 상반기 A 씨 같은 고소득 자영업자 339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해 2229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탈세 혐의가 있는 자영업자 173명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는 사채업자, 다단계 판매업자 등 서민 상대 사업자가 주로 포함됐다.

김형환 국세청 조사2과장은 “173명 본인은 물론이고 탈세와 관련된 친인척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며 “현금영수증 미발행에 대해서도 조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은 사업자 148명에게는 287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 과태료는 현금영수증 미발행 금액의 50%로 소득세 최고세율인 38%보다 높다.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고 받은 수입 중 일부를 세무서에 신고했더라도 현금영수증 미발행 금액의 절반을 과태료로 내야 한다.

탈세가 많은 고소득 자영업종은 주로 병원, 나이트클럽, 모텔, 법무법인, 학원 등으로 나타났다.

나이트클럽과 모텔을 운영하는 C 씨는 모텔 객실 하나를 비밀 창고로 사용했다. 이곳에 숙박 장부와 매출 관련 서류를 숨겨 144억 원의 소득을 숨겼다. 그는 79억 원을 추징당했다.

서울 강남에서 과목당 학생 한 명에게 월 400만 원까지 받은 학원장도 탈세로 적발됐다. 그는 미국 수학능력시험(SAT) 전문어학원을 운영하며 2008년부터 3년 동안 48억 원의 수입을 빼돌리다 15억 원을 추징당했다.

소송에 이겼을 때 받는 ‘성공보수’를 차명계좌로 받아 소득을 숨긴 변호사, 휴대용 저장장치(USB)에 실제 매출기록을 숨긴 룸살롱 업주 등도 수십억 원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현금거래 정보 활용이 세무조사 이후로 제한돼 다소 조사에 한계가 있다”며 “세금 추징, 과태료 부과, 검찰 고발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고속득 자영업자#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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