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문제로 노사 갈등을 겪어왔던 한진중공업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했다. 무려 4년 만이다. 사측과 새 노조인 온건성향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조합원 571명)은 ‘2009∼2012년 임·단협’을 타결했다고 27일 밝혔다. 노조는 이날 오전부터 조합원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82.7%의 찬성으로 임·단협안을 통과시켰다.
노사는 △기본급 15% 인상 △생활안정지원금 등 1200만 원 지급 △공휴일 축소 △모든 직원 상해·질병보험 가입 △경조사 지원금 인상 등에 합의했다. 또 유급휴직 중인 생산직 500여 명이 조속히 복직할 수 있도록 신규 선박 수주에 힘쓰기로 했다.
이 회사는 2010년 12월 사측이 영도조선소 생산직 400여 명을 정리해고하면서 1년 가까이 총파업이 벌어졌다. 여기에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영도조선소 크레인에서 309일간 고공 농성을 벌이고 전국에서 모인 진보성향 인사들이 이른바 ‘희망버스’ 행사를 5차례에 걸쳐 벌이며 사측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김상욱 노조위원장은 “강성인 기존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의 정치 투쟁으로 조합원들의 생계와 고용이 악화됐다”며 “임·단협 타결로 노사 관계를 정상적으로 복원하고 조합원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사측도 “신규 조선 물량 수주 등 노사가 힘을 합쳐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조선 경기 침체 속에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노사 교섭은 새 노조가 기존 한진중공업 지회(조합원 129명)를 제치고 대표 교섭권을 확보하면서 4일부터 급물살을 탔다. 새 노조는 조합원 생계 안정을 최우선 임·단협 과제로 삼았다. 사측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안정된 노사관계가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4년가량 끌고 온 임·단협을 교섭 20여 일 만에 타결했다. 하지만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민주노조를 말살하는 ‘어용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된 뒤 부산·경남에서 새 노조가 대표교섭권을 획득해 임·단협을 타결한 것은 한진중공업 노조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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