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약사 자리 비운새 “소화제 주세요” 해놓고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9일 03시 00분


종업원이 파는장면 몰카 촬영 “신고하겠다” 2700만원 뜯어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을 팔면 불법인 거 아시죠?”

9일 오후 2시경 부산 해운대구 한 약국. 약사 임모 씨(32)는 종업원에게 점심을 먹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손님 2명이 들어와 소화제와 박카스를 요구했다. 배모 씨(33)는 “외삼촌이 체한 것 같다. 빨리 약을 달라”고 보챘다. 옆에 있던 김모 씨(45)는 배를 움켜잡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종업원은 별다른 생각 없이 소화제 1통(12개)과 박카스를 건네고 2000원을 받았다. 손님들은 음흉한 웃음을 남긴 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 장면은 김 씨가 안경테에 숨긴 초소형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다.

며칠 뒤 약국에 협박전화가 걸려왔다. 배 씨는 “종업원이 약을 파는 불법행위를 촬영했다. 10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모든 게 계획된 일이라는 걸 알았지만 영업정지 한 달 처분을 받으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600만 원을 건넸다.

배 씨 등의 범죄 행각은 대구 수성구 한 약국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경찰 수사결과 6월부터 최근까지 약국 7곳이 이들로부터 이런 방식으로 2700만 원을 뜯겼으며, 대구 부산 등지의 약국 27곳은 협박을 받고 있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28일 배 씨 등을 공갈 혐의로 구속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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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약국 불법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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