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못해 탈영했다 복역… 현재 IQ 30~40
가족들 적극 치료 않고 방치, 2008년에야 2급 진단 받아
경북 칠곡에서 벌어진 정신질환자에 의한 여대생 살인 사건은 가족과 사회가 정신질환자를 오랜 기간 방치한 결과 빚어진 비극으로 드러났다.
1일 20대 여대생을 ‘묻지 마 살해’한 정신질환자 윤모 씨(34)는 지적장애 2급 진단(2008년)을 받기 전 군 복무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윤 씨는 1999년 입대 후 생활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탈영했으며, 8개월간 군 교도소에서 복역한 뒤 그해 전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 가족에 따르면 윤 씨의 폭력적인 성향은 전역 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만약 윤 씨가 당시 총기를 들고 탈영했을 경우 더 큰 사고가 발생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윤 씨는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외톨이로 지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 졸업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직업을 가진 적이 없고 친구도 거의 없다는 것. 윤 씨의 아버지(64)는 “(전역 후부터) 무슨 이유에서인지 말투가 거칠어지고 걸핏하면 부모에게 대들거나 반항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적장애 등급을 받았으면 군대를 가지 않았을 수준인데 가족은 지능이 좀 떨어지는 정도라고 여기고 적극적으로 치료받도록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씨는 증상이 점점 심해지자 가족이 의뢰해 2008년에서야 지적장애 2급 진단을 받았다. 지적장애 2급은 지능지수가 30∼40 수준으로 아주 단순한 행동만 훈련을 통해 통제할 수 있는 정도. 먹고 자는 것 외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반면 주위의 무관심이나 무시에는 상대적으로 예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비웃음 등을 당하면 심한 충동적 반감으로 특이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윤 씨는 지적장애에 정신질환까지 겹쳐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지적장애뿐 아니라 주변의 복잡한 요인이 얽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족이 나를 무시하고 잔소리만 많이 했다. 가족을 해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다른 사람을 찔렀다”고 진술했다.
이종훈 대구시 광역정신보건센터장(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윤 씨 같은 경우는) 가족의 보살핌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 많은 만큼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가정 부담을 줄여 주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 씨는 경찰에서 “내가 죽였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어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해자 신모 씨(21·여)는 경북 D대학에 다니는 평범한 대학생으로 부모는 왜관읍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신 씨와 여동생, 남동생을 키워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가 다니는 대학의 학과 교수는 “매우 성실한 학생인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 씨의 가족은 충격을 받아 제대로 말을 못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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