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어? 아파트 복도에 못보던 화재경보기가…

비밀번호 노리는 위장 몰카 광주서 주민이 확인해 신고

9월 27일 오후 9시경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11층. A 씨(37)는 집에 들어가기 위해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누군가 쳐다보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돌려 살폈다. 복도 천장에 못 보던 화재경보기가 설치돼 있었다. 위층과 아래층 복도에는 없는 것이었다.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보니 “복도에는 화재경보기가 없다”고 했다. 결국 A 씨는 이 화재경보기를 뜯어본 뒤 내부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112에 신고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문제의 화재경보기 몰카에 A 씨 외에도 50대 여성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장면 등이 촬영돼 있었다고 3일 밝혔다. 겉모습이 화재경보기 형태인 카메라 두 종류가 사무실 보안용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몰카에 촬영된 영상만으로는 비밀번호를 알기 어려웠지만 누르는 모습을 몇 차례 재현할 경우 현관문을 열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카메라가 빈집털이를 위해 설치된 것으로 보고 용의자를 찾고 있다. 이와 함께 광주 시내 아파트에 ‘현관문 비밀번호 유출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전단지 3000장을 배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몰카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현관문 주변에 낯선 물체가 설치됐는지 확인하고 비밀번호를 자주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