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양주’ 제조업자 김모 씨(47). 김 씨는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서울 강남 일대 술집에서 손님들이 먹다 남긴 양주를 사들였다. 병당 6000원짜리 싸구려 양주도 대량으로 사들였다.
김 씨는 모은 술을 500mL 생수병에 담았다가 유명 양주병으로 옮겼다. 보통 고급 양주의 병 입구에는 작은 구멍이 나 있는 플라스틱 기구가 부착돼 있다. 빈 병에 가짜 술을 넣을 수 없게 하기 위해 만든 장치다. 하지만 김 씨는 고무장갑 손가락 부분을 잘라 빈 양주병과 가짜 술이 담긴 생수병 입구를 맞대 끼웠다. 그렇게 양주를 부으면 압력 때문에 술이 병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수법으로 ‘위조 방지 장치 덕분에 가짜가 없다’고 소문난 S사 브랜드의 12년산, W사의 17년산 양주 빈 병에 가짜 술을 채웠다.
이렇게 만든 양주는 김 씨의 형(49)이 운영하는 강남 일대의 무허가 유흥주점 5곳으로 넘겨졌다. 김 씨의 형은 남자 행인들에게 접근해 ‘좋은 곳을 소개해 주겠다’며 승합차에 손님을 태워 오는 이른바 ‘삐끼 주점’의 원조로 유명하다. ‘룸살롱 황제’ 이경백이 김 씨의 형에게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고 알려졌을 정도다. 이번 피해자들 역시 ‘1인당 15만 원이면 여종업원이 있는 술집에 갈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바가지를 썼다.
가짜 양주는 밝은 곳에서 보면 포장이 허술하고 색깔과 냄새도 이상했지만 술에 잔뜩 취한 손님들은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 또 종업원들이 직접 병마개를 따서 테이블에 내놓는 바람에 위조 방지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보지 못했다. 검찰은 김 씨 형제가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 10년간 벌어들인 수익이 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 씨 형제는 피해자들이 가짜 양주를 마셨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더라도 신고하지 못하도록 성매매까지 알선한 후 증거를 남기기 위해 카드로 결제하도록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김재훈)는 가짜 양주를 만들어 유통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 등)로 동생 김 씨를 3일 구속기소했다. 김 씨의 형은 8월 무허가 유흥주점 운영 등의 혐의로 먼저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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