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서 명상하며 걸으면 행복감 증가-불안감 감소”
실험으로 입증한 국내 논문 세계적 과학 저널에 실려
숲에서 천천히 걷는 것이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행복감을 높인다는 의학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제주 제주시에서 봄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운영하는 신윤경 원장(44·여)은 최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저널인 ‘숲 연구 스칸디나비안 저널(Scandinavian Journal of Forest)’에 ‘숲과 체육관에서의 명상적, 운동적 걷기의 심리적 효과 차이’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이 저널은 숲 연구에 관한 세계적인 저널의 하나로 국내 의학자가 논문을 게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논문은 오랜 세월 경험적으로 유용하다고 알려진 ‘숲에서 천천히 사유하며 걷기’가 의학적으로도 타당성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는 2010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2년 동안 이뤄졌다. 연구를 위한 실험은 18세부터 25세까지 미혼 여성 139명을 대상으로 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동백동산 숲에서 명상적(천천히) 걷기와 운동적(빨리) 걷기, 제주시 한 고교 실내체육관에서 명상적 걷기와 운동적 걷기 등 4개 집단으로 나눴다.
실험 결과 불안감지수는 숲에서 명상적 걷기 전 43.1에서 걷기 후 29.2로 크게 낮아졌다. 체육관에서는 명상적 걷기 전 41.0에서 걷기 후 30.6으로 낮아졌다. 반면 운동적 걷기는 체육관이 걷기 전 35.1에서 걷기 후 36.8로 높아졌고, 숲에서는 걷기 전 36.3에서 걷기 후 34.6으로 다소 낮아졌다. 숲에서 천천히 걷기가 불안감을 낮추는 데 최적이라는 결론이다.
행복지수는 명상적 걷기 집단에서 숲이 18.4에서 31.8로 크게 높아졌고, 체육관은 21.4에서 28.7로 다소 올라갔다. 이에 비해 운동적 걷기 집단에서 행복지수는 체육관이 27.8에서 23.6으로 오히려 낮아졌고, 숲은 25.0에서 25.9로 비슷했다.
긍정적 정서, 부정적 정서, 자존감 등의 항목에서도 숲에서 명상적 걷기가 가장 바람직한 결과가 나왔다. 이번 실험에서 모든 참가자들은 ‘원격심박동기’를 부착하고 걷기 전후 심박 변이도 검사를 했다. 35분간 걷기와 10분간 휴식을 두 차례 반복했다. 자율신경계, 혈액검사 등과 설문조사를 통해 지수를 얻었다. 천천히 걷기는 시속 3.2∼3.6km, 빨리 걷기는 시속 7.2∼7.6km 수준이다.
신 원장은 “불안하거나 비관적인 성향의 사람에게 ‘숲에서 명상적 걷기’가 유용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천천히 걸으며 즐기는 제주 올레를 비롯해 제주가 ‘치유(힐링)의 장소’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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