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자녀와의 갈등 줄이는 법 “사춘기 욕구는 존중하되 절충점을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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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송지희 부모력연구소 대표(왼쪽)와 이영애 원광아동상담센터 소장(오른쪽)은 “논리적으로 훈계하기보다는 공감하는 대화법을 사용하면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지희 부모력연구소 대표(왼쪽)와 이영애 원광아동상담센터 소장(오른쪽)은 “논리적으로 훈계하기보다는 공감하는 대화법을 사용하면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학 2학년 딸을 둔 전업주부 A 씨(서울 강남구)는 최근 사춘기인 딸과의 갈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며 인근 부모상담기관을 찾았다.

문제는 딸의 귀가시간. 학원이 끝나면 10분 내로 집에 오던 딸이 한 시간 가까이 늦게 귀가하곤 하자 A 씨가 직접 학원으로 가서 데리고 오기 시작한 것. 딸은 학원이 끝나면 친구를 집에 바래다주면서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었던 것인데 엄마가 무조건 못 하게 하자 온갖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급기야 딸은 어느 날 학원 수업이 끝난 뒤 A 씨의 눈을 피해 도망을 쳤다. A 씨는 그날 딸과 밤늦게까지 추격전을 벌여야 했다. A 씨는 “자식이 아니라 ‘웬수’가 돼버린 딸 때문에 속이 터진다”며 분함을 토했다.

A 씨처럼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 중 상당수는 자녀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얼마 전 한 언론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기혼자의 4분의 1에 가까운 23.8%가 가족 중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주는 대상으로 ‘자녀’를 꼽았다. 사춘기 자녀와 갈등을 겪는 부모라면 그 스트레스는 더욱 심할 것이다.

하지만 자칫 자녀와 마찰이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녀의 요구를 최대한 존중하고 대화 방식을 조금만 개선해도 갈등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 자녀와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하우를 송지희 부모력 연구소 대표와 이영애 원광아동상담센터 소장의 도움으로 소개한다.

○ ‘욕구’는 허용하고 ‘요구’는 조절시켜라

사춘기 학생들이 연예인, 이성친구, 음악 등에 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부모는 이 같은 행동이 공부 시간을 뺏는 다고 생각해 제재하려고 하다가 자녀와 갈등을 빚게 된다.

송지희 부모력연구소 대표는 자녀의 ‘욕구’와 ‘요구’를 구분해 통제할 것을 권한다. 사춘기 시기의 자연스러운 욕구는 일정 부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 중2 딸을 둔 학부모 B 씨(서울 송파구)는 딸이 집에서는 부모와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 반면 아이돌 그룹 팬클럽에서는 임원까지 맡아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하지만 B 씨는 딸의 행동을 사춘기의 자연스러운 ‘욕구 분출’로 판단하고, 그 생활을 존중하기로 했다. B 씨는 “네가 슈퍼주니어에 푹 빠진 것을 아빠도 간섭하지 않기로 하마. 다만 큰 행사가 있더라도 반드시 자정이 되기 전에 귀가하기로 약속하자. 늦는 날엔 아빠가 데리러 가겠다”고 딸과 약속을 했다. 밖으로 겉돌던 딸은 1년 뒤 팬클럽 활동을 정리하고 학업에 집중했다.

자녀가 학생 수준에 맞지 않게 과도한 비용이 들거나 위험한 상황에 빠질 우려가 있는 요구를 해올 때는 부모가 이를 허락할 수 없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자녀가 수긍하도록 해야 한다고 송 대표는 말한다.

그는 만약 중3 아들이 친구들과 1박 2일로 피서를 가겠다고 떼를 쓸 경우 “제 정신이냐?”며 화를 내기보다는 친구들끼리만 피서를 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아들에게 설명한 뒤 당일 여행을 다녀오는 방향으로 유도하면 아들도 수긍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 경청→공감→걸림돌 피하기→협상하기 등 ‘대화 4단계’를 활용하라

사춘기 자녀의 키가 부모의 키와 엇비슷해지고 목소리도 커지면 부모도 점차 자녀에게 건네는 말이 거칠어질 수 있다. 자녀와 부딪히는 일이 잦다면 부모의 대화태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영애 원광아동상담센터 소장은 자녀와 대화할 때 경청하기, 공감하기, 걸림돌 피하기, 의견 조정하기 등 ‘대화 4단계’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자녀가 가발을 사달라고 조를 경우 부모는 먼저 “가발 쓸 일이 생겼니?”라고 묻고 경청하면서 “머리가 마음에 안 드나보구나”라고 공감을 표시한다.

자녀가 “사실 친구들과 피서지에 놀러 갈 때 쓰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놓으면 “가발을 가져가더라도 불볕더위에선 거의 못 쓸 것 같다”는 식으로 부모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마찰을 피할 수 있다.

자녀가 “그래도 쓰고 싶다”고 고집하면 “가발 말고 괜찮은 모자를 써보는 게 어때? 엄마가 사줄게”라고 다른 대안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한편 자녀의 작은 실수를 지적할 때도 잔소리는 줄이고 한마디로 용건을 말하는 방식을 취하는 게 좋다.

중학생 아들이 학교에 다녀온 뒤 땀에 젖은 교복이나 체육복을 바로 꺼내놓는 것을 자주 잊을 경우 부모가 이에 대해 핀잔을 주면 아들도 “그럴 수도 있지!”라며 덩달아 짜증을 낼 수 있다. 이런 경우 “아들, 체육복!”이라고 짧게 힘주어 말하면 아들은 “맞다! 또 까먹었네요”라며 실수를 인정할 가능성이 높아져 자녀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할 수 있다고 이 소장은 조언했다.

글·사진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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