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사고 발생 11일 만에 정부가 경북 구미시 불산가스 누출사고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학약품 누출 같은 인재(人災)는 신속한 대응이 생명이기 때문. 피해지역인 봉산리와 임천리 주민대표 30여 명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사고업체인 휴브글로벌과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이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주변 하천수와 대기에서 불산이 검출되지 않거나 기준치 이하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괜찮다고 해서 사고 다음 날 마을로 돌아왔지만 결국 거짓말이었고 이후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피해 지역인 산동면 일대 모든 농축산물 출하가 금지된 것도 주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산동면은 벼농사와 멜론 참외 포도 대추가 특산물. 1800여 가구 3800여 명 중 65% 이상 농사를 짓고 있다. 불산 때문에 대부분 말라 죽은 농작물이라 출하할 수 없지만 ‘구미 농축산물=불산 오염’으로 낙인찍힐 경우 상당 기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봉산리 주민 김영호 씨(59)는 “몇 년간 농사도 못 지을 판에 출하 금지 조치로 이미지까지 망쳐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사고지역에서 5km 정도 떨어진 동곡리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 박모 씨(46)는 “사고 지역과 가깝다는 이유로 도매금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고지역의 피해 규모는 지난달 27일 사고 발생 이후 현재까지 사망자를 포함해 4261명이 진료를 받았으며 농작물 232.8ha, 가축 3209마리, 산림 67.7ha가 피해를 보았다. 기업체 피해도 120개 기업, 2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과 경찰관 상당수가 불산가스 노출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정부는 농작물, 축산, 산림, 주민건강 등 분야별로 해당 지역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게 된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력에 따라 총 복구비용 중 50∼80%를 국고 지원하고, 피해 주민의 국세 납부 연장(9개월)과 세금 감면도 이뤄진다. 이 밖에 취득세 및 등록세 등 지방세가 면제되고 최장 6개월간 건강보험료도 30∼50% 경감된다.
강원 고성·강릉 등 동해안 산불(2000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2003년), 강원 양양군 산불(2005년), 허베이 스피릿호 기름 유출 사고(2007년) 등은 대부분 사고 발생 1∼4일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빠른 대응이 최선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추석 연휴와 맞물린 탓인지 사고 발생 1주일 만에 관계부처 합동조사단이 현지에 파견됐으며 11일 만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지원 규모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고 지원 △의료 방역 방제 및 쓰레기 수거 지원 △의연금품 지원 △농어업인 자금 지원 △중소기업 시설운영자금 및 대출 등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각 부처의 현장조사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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