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자동차 정비업체에서 정비사로 일하는 손모 씨(26)는 2010년 4월 작업을 마친 후 동료 조모 씨(39)에게 에어호스로 작업복을 털어달라고 부탁했다. 에어호스는 자동차 타이어에 공기를 넣거나 압력을 측정하는 데 쓰기 위해 좁은 구멍에서 강한 바람이 나오도록 만든 장치다.
조 씨는 분사되는 공기의 힘 때문에 에어호스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공기가 손 씨의 항문에 들어가게 됐고, 손 씨는 대장에 구멍이 뚫려 급성복막염까지 앓게 됐다. 해당 부위 절제수술까지 받은 손 씨는 조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지법 민사12단독 김수영 판사는 올해 6월 “조 씨는 1598만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에어호스를 본래의 용도대로 쓰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손 씨도 먼저 에어호스로 몸을 털어달라고 부탁한 잘못이 있다”며 조 씨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손 씨가 7.5%의 노동력을 영구적으로 잃었고 앞으로 3년간 치료를 위해 1년에 43만 원을 써야 한다고 계산했다.
대구지법은 비슷한 사건에 대해 2008년 6월 다른 판결을 내렸다. 경남 양산의 한 철강업체에서 일하던 전모 씨(48)도 2005년 9월 동료에게 부탁해 에어호스로 작업복을 털다 고압 공기가 항문에 들어가 다쳤다. 그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항문 근육은 매우 단단해 강한 압력의 공기라도 쉽게 그 유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전 씨의 상해는 장난에 의한 것으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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