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손가락’ 회장집은 수목원 ‘베어트리파크’
‘시크릿가든’ 촬영할 땐 기업연수원 통째로 빌려
재벌 집안은 한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이들의 일상생활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드라마 촬영장소 섭외 때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바로 재벌들이 사는 집이다.
예전에는 재벌가, 혹은 부잣집이 나오는 장면을 촬영할 때 대부분 종로구 평창동이나 성북동을 찾았다. 재벌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높은 담과 넓은 정원이 있는 고급주택이 밀집한 동네가 서울에서는 이 지역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부터는 드라마에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이나 구미동, 용인시 기흥구 등 서울 외곽 지역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에 고급주택과 전원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최근에는 골프장 클럽하우스나 리조트, 수목원 등 실제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곳을 재벌가 저택으로 등장시키는 사례가 많다. 과거에 등장한 적 없는 새로운 장소를 찾아야 하는 데다 실제 사람이 사는 주택은 촬영 허락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에 나오는 부성그룹 회장 유만세(조민기)의 집에는 희귀한 나무가 자라는 거대한 정원과 연못, 연못 위의 구름다리, 다리 너머로 보이는 저택이 등장한다.
이곳은 일반 가정집이 아닌 충남 세종시에 있는 수목원 ‘베어트리파크’다. 드라마에는 전체 33만 m²(약 10만 평)의 수목원 중 일부만 등장한다. 드라마 속 연못은 수목원 입구의 ‘오색연못’으로 실제로도 비단잉어가 산다. 유만세의 저택은 레스토랑, 세미나실 등으로 쓰이는 ‘웰컴하우스’다. 배경에 나오는 나무와 식물 모두 수목원에서 키우는 40만여 점 중 일부다. 이곳은 드라마 ‘미스 리플리’ ‘시티헌터’ 등에서도 재벌가 저택으로 등장했다.
2010년 방영됐던 ‘시크릿가든’의 김주원(현빈) 집은 경기 여주시에 있는 기업 ‘마임’의 연수원인 ‘마임비전빌리지’를 통째로 빌려 촬영했다. 극중 김주원과 오스카(윤상현)의 집은 촬영 당시 새로 지었고 오스카의 작업실은 기존에 있던 시설을 활용했다. 사내 교육용으로 지은 곳이기 때문에 아쉽게도 일반에는 개방하지 않지만 최근 SBS 토크쇼 ‘힐링캠프’의 촬영장소로 사용되는 등 방송과 광고에는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방영된 ‘로열패밀리’에서 JK그룹 일가가 사는 ‘정가원’으로 등장한 곳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이다. 공순호 회장(김영애)이 사는 본채, 일가가 사는 별채가 떨어져 있고 각 건물은 차량으로 오가야 할 정도의 거대한 규모로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에 등장한 와인바와 회의실 등은 실제로 클럽하우스에 있는 시설이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중후하고 예스러운 재벌 회장님 집을 촬영하려면 평창동이나 성북동을 섭외한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젊고 세련된 느낌의 재벌 2, 3세 집이 많이 등장해 분당이나 용인 또는 수도권 교외의 리조트 등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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