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무락거리는 세발낙지를 손으로 쑥 훑는다. 나무젓가락에 낙지 목을 잽싸게 끼우고 다리를 돌돌 감는다. 기름장에 찍어 머리부터 우걱우걱 씹는다. 입천장에 빨판이 달라붙는다. 자꾸 입안에서 빠져나오려고 한다. 힘이 세다. 재빨리 잘근잘근 씹는다. 오톨도톨하고 물컹물컹하다. 씹을수록 달착지근하고 쫄깃쫄깃하다. 세발낙지는 역시 산 것을 통째로 먹어야 제 맛!
○ 갯벌 속 산삼 가을낙지
밤기온이 섭씨 10도 안팎으로 떨어지는 요즘 낙지 주요 어장인 청계만 탄도만 함해만 등 전남 무안 앞바다에는 낙지잡이어선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밤에 낙지를 잡는 것은 낮에 갯벌에 몸을 감추고 있던 낙지가 밤에 먹이를 찾아 활동하기 때문이다.
‘봄주꾸미, 가을낙지’라는 말이 있다. 찬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는 가을낙지가 제 맛이라는 의미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9, 10월(음력)이면 배 안에 밥풀 같은 알이 있는데 즐겨 먹을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가을낙지는 ‘쇠젓가락도 휘게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양식으로 통한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이 많아 ‘갯벌 속의 산삼’이라고도 한다. 남도에서는 가을낙지가 쏠쏠한 돈벌이가 된다고 해서 ‘꽃낙지’라고 부른다.
세발낙지는 다리가 3개가 아니다. 가늘 ‘세(細)’자의 세발이다. 다리가 가늘고 머리가 작은 세발낙지는 무안의 ‘뻘낙지’를 최고로 친다. 무안낙지는 갯벌 색깔을 닮아 잿빛 윤기가 흐른다.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된 갯벌에서 자라 기운차다. 무안군 청계면 보길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진수 씨(54)는 “세발낙지 중에서 다리가 굵고 머리가 큰 것은 중국산인 경우가 많다”며 “머리가 미끈하고 눈이 튀어나온 것이 좋다”고 말했다. 1접(20마리)당 값은 5만 원대로 9월 말경보다 조금 싸졌다. 세발낙지는 무안읍 낙지거리나 무안국제공항 인근 낙지직판장, 항구 포구 등에서 맛볼 수 있다. 전화로 주문하면 전국 어디로든 아이스팩에 담아 보내준다.
○ 참기름 바른 호롱구이 별미
세발낙지는 산낙지로만 먹는 게 아니다. 나무젓가락에 세발낙지 한 마리를 통째로 감은 뒤 참기름을 발라 구운 낙지호롱구이는 서울에서 맛보기 힘든 무안의 명물이다. 고소한 향과 윤기가 자르르 흘러 상 위에 오르는 순간부터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양념장에 살짝 찍어 다리부터 야금야금 뜯어먹다 보면 담백하고 쫄깃한 맛에 반해 어느새 “한 마리 더”를 외치게 된다.
기절낙지는 조리법이 특이하다. 우선 살아 있는 낙지를 대바구니에 문질러 기절시킨다. 몸통과 머리를 떼어내 구운 뒤 다리와 함께 내놓는다. 죽은 듯 가만히 펼쳐져 있는 다리 한 점 집어 양념장에 넣으면 비로소 꿈틀거린다.
낙지요리는 양념을 많이 하지 않아야 담백하고 개운한 맛을 살릴 수 있다. 연포탕은 무 박속 미나리 양파 마늘 등을 넣고 푹 끓인 국물에 살아있는 세발낙지를 넣어 살짝 데친다. 실파와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으면 국물맛이 더 시원하다. 낙지초무침은 부드럽게 씹히면서 새콤매콤하게 무쳐낸 맛이 일품이다. 낙지볶음은 야채와 낙지를 살짝만 볶아내는데 야채의 아삭한 맛과 낙지의 쫀득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박용술 무안군 망운면 탄도어촌계장(59)은 “5∼7월 말까지 금어구역을 정해 낙지를 보호하고 있다”며 “낮에 물이 빠진 갯벌에서 삽으로 잡는 세발낙지도 있는데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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