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세계경진대회’의 엑셀(Excel) 부문에서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2위를 했다. 그 주인공은 서울여상 국제통상과 3학년 조예은 양(18). 이 대회는 세계적인 컴퓨터 프로그램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만든 오피스(Office) 프로그램 활용 능력을 겨루는 대회로 매년 열린다.
올해는 전 세계 37개국 120명이 7월 30일∼8월 1일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모여 실력을 겨뤘다. 이들은 각 나라의 예선에서 1등으로 선발된 ‘국가대표’들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5월에 열린 대표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한 조예은 양 외 4명이 진출했다. 대학생도 참여했던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 참가자 중 상을 받은 사람은 조 양이 유일하다.
○ 초등학교 때 방과후 활동으로 적성 찾아
이 양이 처음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때이다. 당시 친구와 재미로 방과후 수업을 들었던 조 양. 이때 컴퓨터 공부가 본인의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 양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방과후 수업을 꾸준히 들었다.
컴퓨터 방과후 수업을 들으며 취득했던 워드프로세서 2급 자격증과 ITQ(정보기술자격), 엑셀, 아래한글, 인터넷 부문 자격증은 몇 년 후 고등학교 입시에도 도움이 됐다. 이 자격증 덕분에 조 양은 서울여상에 특기생으로 지원할 수 있었던 것. 특기생은 컴퓨터 자격증이 있으면서 성적이 내신 50% 이내에 드는 학생이면 지원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일반전형보다 문턱이 낮았다.
조 양이 서울여상 진학을 결심하게 된 큰 이유는 어머니의 권유였다. 그의 어머니가 서울여상 졸업생이었던 것. 조 양은 중학 3학년 초에 서울 각 특성화고 설명회에 참가해 서울여상 선배에게 진학 상담을 받았다. 당시 선배는 조 양에게 “이 정도 성적으로는 서울여상 진학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여상은 80년 역사의 명문 특성화 고등학교이다. 서울에 있는 은행의 여성 지점장 절반 이상이 이 학교 출신이다. 조 양은 자극을 받아 열심히 공부했고, 3학년 때 성적이 많이 올라 원하던 서울여상에 진학할 수 있었다.
특성화고 진학을 희망하긴 했지만,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도 생각했었던 조 양. 그러나 서울여상 진학 후 학교 교사들과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선취업 후진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대학에 가야 할 필요가 있나 의문이 들었어요. 취업을 먼저 하고 정말 공부의 필요성을 느낄 때 대학에 진학해도 늦지 않겠다고 생각했죠.”(조 양)
○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엑셀 실력 다져
시험이 끝나고 바로 대회에 진출했던 탓에 이번 대회를 준비한 기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세계대회’라는 대회 규모에 떨릴 법도 하지만 조 양은 “대회 경험이 워낙 많아서 그랬는지 별로 떨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교내 및 전국 대회에서 조 양은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엑셀 실력을 다져왔다. 1학년 때는 교내 정보능력경진대회 엑셀 부문에서 장려상(3등), 2학년 때는 대상(2등)을 수상했고,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인정하는 국제공인 자격증 시험인 MOS(Microsoft office specialist) 국내 대회에서 1학년 때 장려상, 2학년 때는 은상을 수상했다.
늘어가는 엑셀 실력과 함께 성적도 상승했다. 1학년 때는 내신 성적 석차 백분율 50% 이하로 내려간 적도 있었지만, 2학년 때는 20%, 3학년 때는 10%까지 성적이 향상됐다.
조 양이 고등학교 3년 동안 꾸준히 컴퓨터 실력을 다져올 수 있었던 데는 3년 동안 활동한 ‘정보처리반’ 동아리 활동도 큰 도움이 됐다. 동아리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학기 중에는 수업이 끝난 평일 오후 4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방학 때는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프로그램을 연습했다. 그는 고등학교 3년 동안 동아리 모임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성실한 학생이었다.
현재 졸업반인 조 양은 취업을 준비 중이다. 요즘은 기업 입사 원서를 쓰느라 정신이 없다. 그는 무역회사에 입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요리를 하는 것도 좋아해요. 무역회사 입사 후 실무 능력을 쌓아 궁극적으로는 요리 실력과 경영능력을 통해 세계적인 외식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싶어요.”(조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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