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돈다발 쇼핑백 무거워 끈 떨어질까 안고 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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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할 일이 있어 회장실에 갔는데 테이블과 바닥에 100만 원짜리 뭉칫돈이 가득 쌓여 있었고 회장님(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비서가 돈다발 띠지를 고무줄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억 원은 돼 보였습니다. 저는 보고를 하며 작업을 도왔습니다.”(미래저축은행 김모 전무)

“김 전무와 함께 회장님이 계신 객실이 있는 층으로 쇼핑백을 들고 올라갔습니다. 쇼핑백이 너무 무거워 손잡이가 떨어질까 봐 품에 안고 갔습니다. 직감으로 돈이 들었단 걸 알았습니다.”(김 회장의 운전기사 최모 씨)

15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김찬경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77·사진)에게 3억 원을 건넸다는 ‘2007년 12월 중순경 어느 날’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총 7억여 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로 구속 기소돼 피고인석에 앉은 이 전 의원은 눈을 감은 채 아무 말이 없었다.

9월 24일 열린 첫 공판에서 이 전 의원 측은 “김 회장을 리츠칼튼호텔 객실에서 본 적은 있지만 2007년 12월이 아니었고 또 현금을 받지 않았다. 김덕룡 전 의원의 소개로 만나 10여 분간 선거를 도와달라는 이야기만 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증인으로 나온 김 전무(55)는 “김 회장이 호텔에 가기 직전 돈다발의 띠지를 바꾸면서 ‘띠지가 있으면 추적이 되니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라고 증언했다. 그는 최 씨(49)가 운전하는 벤츠 승용차를 타고 호텔로 가던 도중 김 회장으로부터 “이럴 때 확실히 보험을 하나 들어 놓아야 돼, 사업을 하다 보면…”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김 회장은 ‘한나라당 실세’라고만 설명할 뿐 정확히 누구를 만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호텔에 도착한 김 회장과 김 전무는 무언가가 담긴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객실로 올라갔다. 잠시 후 김 전무만 다시 내려와 최 씨와 함께 쇼핑백을 하나씩 나눠 들고 객실이 있는 층에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앞에 김 회장이 기다리고 있었고 이들은 쇼핑백만 전해주고 다시 차로 돌아왔다. 김 회장이 누구를 만나는지는 보지 못했지만 다시 돌아온 김 회장은 빈손이었다.

재판에서 또 다른 김모 전무(54)는 “김 회장이 로비 대상으로 이 전 의원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중 누가 낫겠냐고 물어 이 전 의원이 낫겠다고 답했다”라고 진술했다. 이어 “김 회장이 ‘내가 직접 얘기하기는 그렇고, 김덕룡 의원을 통해 SD(이 전 의원)에게 얘기했다. 내가 SD에게 3억 준 거 있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29일 ‘이상득 불법자금 수수 사건’ 재판을 속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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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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