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LNG기지 인근 수심 6년 새 14m→13.5m… 선박 안전운항에 차질
시화조력발전소 가동 뒤 “유속 빨라졌다” 민원 제기
모래퇴적 심해졌는지 조사
인천 앞바다의 수심이 낮아지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화호조력발전소 가동으로 바닷모래의 퇴적 속도가 빨라지면서 항로 수심이 낮아져 선박 운항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이 같은 민원은 올 2월 세계 최대 규모의 시화호조력발전소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뒤부터 제기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최근 조력발전소로 인해 인천 앞바다에서 바닷모래 퇴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원인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 조력발전소 가동 뒤 수심 낮아져
송도 액화천연가스(LNG) 기지를 운영하는 한국가스공사는 5월 5일 기지 해역 수심을 측정한 결과, 2006년 마지막 측정 당시 수심인 14m보다 50cm가량 낮은 13.5m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14m는 LNG 등 위험물질을 실어 나르는 LNG선박의 입출항에 필요한 최소 수심 기준이어서 선박 운행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근을 자주 오가는 인천항 도선사들 역시 최근 ‘조력발전소 건설 이후 유속이 빨라져 항해에 상당한 지장이 있다’며 조력발전소 사업자인 한국수자원공사에 민원을 제기했다. 도선사들은 4노트(약 초속 2m) 이상의 유속까지 견딜 수 있도록 만든 바다 위 부표(항해 시 바다 아래에 있는 암초 등 위험물을 표시해주는 시설물)가 발전소 건설 이후 자주 유실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당시 수자원공사 시화조력관리단 관계자는 “50cm의 수심 변화는 태풍 등 자연환경의 변화로도 나타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조력발전소 건설로 인한 수심 감소인지를 확인하려면 추가 측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일부 학자들은 수심이 낮아진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발전소 건설 후 송도 LNG기지 해역의 바닷모래 퇴적량이 연간 3cm 증가할 것’이라는 수자원공사의 기존 예측이 틀렸는데도, 수공이 안전사고 및 환경파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추가 측정을 미뤄온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관홍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바닷모래 퇴적 문제에 대한 대비 없이 인천만 조력발전소를 성급히 건립하면 최악의 경우 인천항의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수공 원인 조사 착수
시화호조력발전소 관리단은 모래 퇴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다음 달에 해양수심측량 업체를 선정해 인천 앞바다의 현재 수심을 측정할 계획이다. 또 조력발전소 가동 전의 수심과 현재 수심을 비교·분석해 실제로 수심이 얕아졌는지와 환경영향평가를 병행해 유속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수공 측은 매월 송도 LNG기지 측과 협의를 해오고 있으며 발전소가 바닷모래 퇴적에 영향을 끼쳤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력 발전소 가동에 따른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 국토해양위 문병호 의원(민주통합당·인천 부평갑)은 수자원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시화호조력발전소를 가동하면서 녹조류가 급격히 증가해 어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발전소 가동 뒤 송도 LNG기지의 모래 퇴적량이 50cm를 크게 웃돌고 있는 만큼 조속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이어 “LNG기지보다 더 가까운 곳에 건설하는 송도 신항에 6300억 원을 들여 8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선박의 입출항이 가능토록 수심을 16m로 증심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며 “시화호조력발전소로 인해 주변 해역에 바닷모래가 급격히 쌓이면 수천억 원의 준설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화호조력발전소는 수차발전기 10기를 가동해 하루 평균 150만 kW의 전기를 만들고 있으며, 연간 5억5200만 kWh(소양강댐의 1.56배)를 생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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