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선친이 꿈에 자꾸 나타나” 야산서 유골 화장했다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묘 사라져 동생이 고소… 법원, 70만원 벌금형

별다른 직업 없이 소일거리로 관상과 풍수에 관한 책을 즐겨보던 이모 씨(61)는 지난해부터 2001년 12월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자주 꿈에 나타나 이상하게 여겼다. 꿈속의 아버지는 힘이 없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신경이 쓰인 이 씨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묘에 물이 차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그는 고민 끝에 올해 1월 아버지를 모신 충남 천안시 한 추모공원의 묘를 파보기로 했다.

백골로 변한 아버지를 다시 만난 이 씨는 깜짝 놀랐다. 진짜 관 속이 흠뻑 젖어 있었던 것. 그는 고민하다 화장(火葬)하기로 했다. 별다른 수입도 없는데 마침 고인을 안장한 지 10년이 돼 연장을 위해서는 1000만 원을 더 내야 하는 점도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는 유골을 수습한 뒤 충북 청주시의 한 야산에서 나무를 모아 화장한 뒤 나무 밑에 묻었다.

하지만 뒤늦게 묘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그의 이복 여동생 이모 씨(49)가 문제를 삼았다. 여동생은 이 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이 씨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여동생과 연락이 끊겨 미처 상의하지 못했다”며 “유골을 화장한 게 죄가 되는지 몰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법은 사회적 관습과 보건·위생상 이유로 ‘화장시설이 아닌 곳에서 화장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서봉조 판사는 5일 이 씨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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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휴지통#유골 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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