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개발 연구비 줬더니… 나랏돈 펑펑 쓴 식약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사무용품 사는데 1942만원… 프린트잉크 구입 1237만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10년 ‘식품미생물 안전관리’라는 자체연구(내부연구)를 했다. 보고서에는 연구자 6명의 이름이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 인건비를 지급받은 사람은 이들이 아닌 다른 비정규직 연구원 8명이었다.

‘경구용 고형제제 용출규격 설정에 관한 연구’ 참여자 명단에는 69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그러나 인건비는 이 명단에 없는 비정규직 연구원 12명이 받았다. ‘CODEX 항생제 내성 국제협력연구’ ‘식중독균의 위해성에 따른 재분류 및 시험법 개선 연구’ 때도 각각 1455만 원과 4032만 원이 명단에 없는 연구원에게 지급됐다.

식약청이 내부연구를 하면서 집행한 연구비가 비정규직의 인건비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식약청이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0∼2011년 내부과제 연구서와 연구비 집행명세에 따르면, 식약청은 연구개발에 2010년 95억6500만 원, 2011년 97억9500만 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수행한 연구과제는 각각 90건과 93건이었다.

보고서 명단에 없는 연구원이 이 기간 가져간 인건비는 총 21억1000만여 원에 달했다. 연구비가 엉뚱한 사람에게 가는 것. 이에 대해 식약청은 “연구에 조금이라도 참여를 한 비정규직 연구원이라면 돈을 준다. 연구결과 보고서에 이름이 없다 해도 그들이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행정상 미숙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내부연구비 중 많은 돈이 사무용품 구입비 등 잡비로 지나치게 많이 쓰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식약청이 사무용품 구입, 인쇄비, 도서구입비, 회의수당비, 여비 등 각종 잡비로도 지출한 돈은 2010년 8억7600만 원, 2011년 13억1400억 원이다. 본청의 경우 2011년 집행된 내부연구비 11억 원 중 6억2600만 원(56.8%)을 잡비로 썼다.

심지어 사무용품 구입에만 연구비의 90% 이상을 쓴 연구과제도 있다. ‘세포치료제의 품질평가 가이드라인 작성을 위한 기반 연구’의 경우 연구비 3000만 원을 받았고 실제 2082만 원을 집행했다. 이 가운데 93%인 1942만 원이 사무용품 구입비였던 것.

‘의료기기 성능시험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연구’에서도 연구비 3000만 원 중 1237만 원을 프린트, 토너카트리지를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사무용품을 살 예산이 없어서만은 아니다. 실제 식약청에는 사무전산용품 구입비로 매년 5억 원가량씩 배정된다.

농림수산식품검역본부와 비교해 보면 식약청이 사무용품을 많이 사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2011년 농림수산식품검역본부는 내부과제의 수가 203개로 식약청(93개)보다 훨씬 많지만, 연구비로 사무용품을 구입한 비용은 7600만 원에 불과했다. 직원 수는 식약청 1421명, 검역본부 1302명으로 비슷하다. 이에 대해 식약청 측은 “일부 연구는 사무용품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식약청#연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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