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에게 짐이 되어주지 않는 것일까. 떠난 사람을 향한 남겨진 사람의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할까.
13일 오후 3시 40분경 부산 강서구 대저동 낙동강 하구 습지에서 익사로 추정되는 50대 남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남성의 발목에는 찢어진 비닐봉지가 테이프로 묶여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비닐봉지 안에 수장용 돌덩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사람은 부산 동구에 사는 A 씨(57)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유서를 남겨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방 책상 서랍에서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사랑하는 내 딸에게’라는 제목의 유서 두 통이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13일로 예정된 딸의 결혼 전 양가 상견례를 앞두고 어려운 가정형편과 지병으로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들에게 남긴 유서에서 “눈이 점점 어두워진다. 뇌경색이 심해지면 식물인간이 될 수 있다. 장님이 되면 (며느리 될 사람이) 시아버지를 모실 수 없다. 이게 최선일 것 같다. 장례비가 걱정이다. 시체를 못 찾도록 생을 마감하련다. 내 시체를 찾지 마라”고 적었다.
25년 전 아내와 사별한 A 씨는 녹내장으로 시각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최근엔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았다. 병원비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됐고 빚도 1억 원가량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은 박봉에도 매달 40만 원씩 병원비를 댔다.
그는 결혼을 앞둔 딸에게는 “움직일 수 있고 조금이라도 보일 때 결론을 내야지. 남편 될 사람 좋아 보이더라. 시어른도 좋은 분이라니 안심이다”고 적었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사랑하는 아들, 딸아 보아라. 저승에서라도 너희들을 돕겠다. 못난 아비가….” 그는 이승에서의 마지막 말을 이렇게 끝맺었다.
경찰은 A 씨 집을 조사하던 중 아들 방 책상서랍에서 A 씨가 직접 만든 듯한 자신의 영정사진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아들 몰래 사진을 찍어둔 뒤 목숨을 끊기 전 넣어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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