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55·사진)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25호 형사합의23부 법정. 재판장인 정선재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자 이 전 청장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돈을 줬다는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72·구속 기소)이 일부 진술을 바꾸는 정황을 보면 기억하지 못하는데도 기억을 재구성했을 가능성이 있다. 진술을 비롯한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
재판부는 유 회장에게서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된 이 전 청장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법정을 가득 메운 경찰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구속에서 풀려난 이 전 청장은 법정 밖 복도에서 ‘눈물의 호소’를 했다. 그는 “왜 10개월이나 고통의 터널 속에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검사가 무슨 의도로 기소했는지 묻고 싶다”고 울먹였다.
이날 재판을 경찰이 특히 주목한 것은 이 전 청장이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경찰 측 핵심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본청 정보국장 재직 시절 전국의 경찰 정보망을 동원해 국회의원 설득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승승장구하던 이 전 청장은 이번 기소와 함께 올 2월 대기발령을 받았다. 그러자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표적 수사를 했다”는 노골적인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은 상식에 반하는 판결로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진술이 있고, 이를 입증하는 증거가 충분한데도 이를 무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이 전 청장은 유 회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포착돼 수사 대상이 됐다”며 이 전 청장 기소를 검경 갈등의 산물로 여기는 경찰 측 시각을 부인했다. 항소심에서 누가 승리할지 검경의 눈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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