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치안공약 ‘선심’만 있고 ‘안전’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2일 03시 00분


■ 불안해 밤거리 못다니는 시민들 “피부에 안 와닿아”


“국민은 불안해서 밤거리도 못 다니는데 대선후보들은 뜬구름 잡는 대책만 이야기하네요.”

초등학생 2학년 외동딸을 둔 주부 유채욱 씨(39·경기 수원시)는 최근 대선후보들의 시민안전 관련 정책을 꼼꼼히 뜯어봤다. 워낙 강력사건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다 보니 딸 키우는 입장에서 불안을 해소할 수 없었기 때문. 하지만 유 씨는 몇 번 자료를 찾다가 실망만 더 커졌다. 여자는 밤에 외출조차 하기 힘들 만큼 불안감이 큰데 후보들의 정책은 피상적이거나 수사기관의 밥그릇 싸움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유 씨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공약이 내 딸의 안전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경찰의 날(21일)을 앞두고 19일 ‘안전한 대한민국, 국민행복의 시작입니다’란 주제의 시민안전 공약을 발표했다. 검경 합의를 통한 합리적 수사권 분점 추진, 경찰 인력 2만 명 증원 등을 약속한 것. 같은 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검경 수사권 분리, 경찰 3만 명 증원 등을 약속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관련 공약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들은 물론이고 경찰행정 전문가들도 후보들의 공약이 너무 피상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대선마다 나오는 검경 수사권 공약은 국민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

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권 조정 문제는 청와대가 나서도 해결이 쉽지 않은 사안으로 경찰의 오랜 숙원 사업일 뿐”이라며 “후보들은 국민과 우리 아이가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방법을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교수는 “대선이 코앞인데 캠프를 방문해 보니 시민안전 공약은 여전히 후순위였다”고 말했다.

대선후보들이 시민 안전을 위해 내놓은 거의 유일한 처방인 경찰 인원 2만∼3만 명 증원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시민 안전을 고민하기보다는 전현직 경찰과 가족 등 수십만 명의 표를 노린 선심성 공약”이라며 “경찰 1명을 늘리려면 최소로 잡아도 1억 원가량의 예산이 추가로 들 텐데 재원확보 고민은 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에 선진국에서는 후보들이 인신매매 근절, 폭력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 등 시민안전 공약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마련하고 있다. 이창한 울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992년부터 미국 대선후보들은 시민안전 정책의 기본 방향과 함께 아동포르노 근절 같은 국민 요구를 반영한 실질적인 대안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며 “국민 생활에 중요한 시민안전 정책을 마련해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주요 범죄 발생률이 낮은 일본도 세계 제일의 안전한 나라를 목표로 2003년 내각 총리대신이 주재하는 ‘범죄대책각료회의’를 만들어 국가 차원에서 시민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채널A 영상] 朴 “경찰 2만 증원” 文 “지방분권 강화” 安 “북방 경제”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대선후보#시민안전공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