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에 거주해온 안혜란 씨(44·여)는 올 8월 초등 4학년인 딸 백시은 양(10)을 경기 용인의 한 농촌지역 초등학교로 전학시켰다. 백 양의 팔과 다리에 퍼진 아토피 질환과 비염 증세가 1년이 넘는 약 복용에도 가라앉지 않자 안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농촌 지역으로의 전학을 결심했다.
안 씨처럼 자녀의 아토피 질환 때문에 고민하는 학부모가 날로 는다. 국내 어린이 5명 중 1명이 아토피 질환을 앓고 있다는 정부 통계가 있을 정도. 이 같은 현실에서 친환경 학교시설과 아토피 치유 프로그램을 갖춘 이른바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들이 최근 학부모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백 양이 다니는 경기 장평초는 매일 아침 학생들이 천연염료로 만든 개량한복을 입고 선생님과 숲 산책로를 걷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산책을 마치면 복도에 비치된 감잎차, 줄풀차를 마시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비타민C가 다량 함유된 각종 차가 식수를 대체하는 것.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북적이는 곳은 ‘원적외선 황토방’이다. 천장과 벽면, 바닥 모두를 황토 재료로 조성한 이 방에서 학생들은 마음껏 뒹굴며 보드게임을 즐긴다.
아토피 증상이 심한 학생들에겐 일본식 ‘히노키탕’ 목욕이 인기. 편백나무로 짠 나무 욕조에 줄풀차, 감입차를 풀고 몸을 15분가량 담그면 피부 발진과 가려움증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백 양의 어머니 안 씨는 “가을철은 딸의 아토피 증상이 가장 심해지는 때인데 학교에서 감잎차 목욕을 하고 돌아오면 피부 발진이 상당 부분 가라앉아 피부가 깨끗해진 모습을 보게 된다”고 했다.
이 학교 허남표 교감은 “아토피 치료를 위해 지금까지 전학 온 학생 18명 대부분이 증상이 호전됐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도록 여유 있고 편안한 학내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도움을 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대구 팔공산 자락에 있는 대구서촌초에도 최근 전학이 가능한지를 묻는 도시지역 학부모의 전화가 꾸준히 걸려온다. 학교 시설을 친환경 소재로 모두 바꾸고 지난달 ‘아토피 없는 행복학교’로 출범한 이 학교는 학생들의 급식에 주목한다. 식재료 중 무농약·저공해 식재료의 비율을 60% 수준까지 높였다고 학교는 밝혔다. 항생제를 넣지 않은 육류와 유기농 곡류·야채를 사용하니 학생들의 아토피 증상도 점차 나아졌다는 게 많은 학부모의 반응. 학교 주변에 작은 슈퍼 하나 없는 것도 학생들의 건강관리에는 도움이 된다. 학교에서 직접 담근 매실차와 텃밭에서 기른 고구마, 감자가 학생들의 간식이다.
이 학교 이윤옥 교감은 “매일 아침 5분씩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매실차를 마시면서 명상을 한다”면서 “이 같은 활동이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진짜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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