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군은 요즘 주홍색 물결. 감 농가가 많은 매전면의 마을들은 집집마다 온통 가을 햇볕에 탐스럽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학교와 사찰 담장까지 그야말로 감 천지다. 전체 5400여 농가 중 65%가 감 농사를 짓고 있는 청도는 연간 4만1000t 이상을 생산한다. 국내 감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 감의 대명사 청도반시
씨 없는 감으로 유명한 청도 반시(쟁반처럼 네모지고 납작해 붙여진 이름)는 감의 대명사. 몸에 좋은 비타민과 카로틴 성분이 많이 함유돼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다. 수확한 감을 연화제를 뿌려 일주일 정도 두면 홍시가 된다. 수분이 많고 육질이 유연해 씹기 좋고 당도도 높아 말 그대로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원재료가 워낙 좋다 보니 청도 반시를 이용한 다양한 식품들도 덩달아 인기다. 감을 가늘게 썰어 조각을 내 말린 감 말랭이는 쫄깃하고 달달한 맛 때문에 아이들과 노인들 간식거리로 그만이다. 홍시가 너무 익으면 새콤한 맛이 나는데, 이것을 항아리나 유리병에 담고 뚜껑을 닫아두면 숙취해소에 좋은 감식초가 된다. 청도 감 와인은 여러 국제행사에서 만찬주로 사용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화양읍 송금리에 있는 와인터널(체험장)은 주말마다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청도 농가들은 반시로만 연간 12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년 이맘때 수확기를 맞아 열리는 청도반시축제에는 수십만 명이 찾아 반시와 감 따기 체험행사를 즐긴다. 올해 19∼21일 열린 축제에도 20만 명가량이 방문했다. 이중근 청도군수는 “청도 감 1개를 매일 먹으면 하루 필요한 비타민 양이 충분할 만큼 품질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 단감의 원조 진영단감
청도가 반시라면 경남 진영은 ‘생감이 최고’라는 자부심이 남다르다. 홍시나 곶감을 만들어 먹을 필요조차 없다는 뜻이다. 진영단감은 1927년 진영에 살았던 일본인이 처음 재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읍과 진영리, 부곡리, 신용리에 100그루를 시험적으로 재배하면서 진영은 국내 단감의 시배지(始培地)로 알려졌다. 일부 농장의 감나무는 80년 이상 된 것도 있다. 진영지역은 가을철 평균 온도가 2도 정도 높아 감이 성장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햇볕도 좋고 바람도 잘 통한다. 이 때문에 감이 크고 단단하다. 과실이 실해 씹으면 ‘와삭’ 하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단맛이 입안에 진하게 배어나와 씹으면 씹을수록 달다. 진영에는 1600여 농가가 감 하나로 연간 300여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홍광표 경남도농업기술원 단감연구소장은 “따로 가공하지 않아도 신선한 채로 감의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진영단감”이라며 “90년 재배 역사와 전통을 통해 기술수준이 높아져 품질도 덩달아 향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영단감을 제대로 즐기려면 다음 달 9∼11일 진영운동장 행사장에서 열리는 ‘진영단감제’를 찾으면 된다. 올해로 28회째. 무료시식회와 단감 따기 체험 같은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청도=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진영=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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