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동상만 보던 안중근 의사의 삶을 유족을 통해 직접 들으니 독립운동가의 삶이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안중근 의사(1879∼1910)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대구가톨릭대에 23일 안 의사의 외손녀 황은실 여사(81·미국 텍사스 주)가 방문했다. 대구가톨릭대는 안 의사의 장녀 안형생 여사(1902∼1959)가 1953∼1956년 불문학 교수로 근무한 곳. 황 여사는 안 여사의 딸이다. 이런 인연으로 2010년 대구가톨릭대는 중앙도서관 앞 화단에 안 의사의 생애를 담은 추모비석을 세운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안중근 연구소와 기념관을 열고 동상도 세웠다.
황 여사는 대구가톨릭대 방문에서 학생들과 만나 안 의사의 삶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뒤 “시대를 넘어 많은 분이 여전히 외할아버지를 존경하고 있어 후손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대한민국의 미래인 대학생들이 외할아버지의 삶에서 용기를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여사는 이번 방문에 앞서 안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중국 하얼빈 현장을 찾았다. 그는 “외할아버지는 이토 히로부미라는 개인을 사살했다기보다 동아시아를 부당하게 침탈하려던 일본에 저항한 것”이라며 “외할아버지가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서 ‘동양평화론’이라는 책을 쓴 것을 봐도 그 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여사는 “중국 상하이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일본인 교사가 ‘너의 외할아버지는 참 훌륭한 분이셨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며 “6·25전쟁 당시 대구 등지에서 피란 생활을 할 때는 북한군이 안 의사의 가족이 사는 곳이라며 쌀을 짊어지고 온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대구가톨릭대 교직원과 학생들은 103년 전 안 의사의 하얼빈 거사일에 맞춰 26일 추모비 앞에서 안 의사의 숭고한 삶을 기리는 행사를 열 예정이다.
소병욱 총장은 “31세라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안 의사의 불꽃같은 삶은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 숨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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