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을 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현오(57) 전 경찰청장은 공판에서 발언의 출처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곤란하다"며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판사는 조 전 청장 측에 "발언의 출처를 밝힐 수 없다고 했는데, 사실이라면 (공개해도) 위험할 것이 없지 않나"고 물었다.
이에 조 전 청장은 직접 "만약 누군지 밝히면 저는 홀가분해도 얘기해준 분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소속된 단체와 기관도 말려들게 된다.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 "이야기해준 분들 가운데 직접적으로 모르고 지금도 개인적 친분이 없는 분도 있는데 호의적으로 얘기해주신 분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싶지 않은 것이 제 솔직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내용이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것이 아닌 사회적 큰 영향을 주는 것이었고, 당시 피고인도 최고위직에 있었다"며 "피고인이 내용을 들은 정황에 대한 자세한 소명이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전 청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경찰청장으로서 고급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청장과 둘이 식사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람으로부터 전해들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당시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의 진술조서에 대해 피고인 측이 증거 부동의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 판사는 검찰에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취지로 문 이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할지 의사를 물었다.
이에 검찰 측은 "현실적으로 (법정 출석이) 가능한지 잘 몰라 일단 문 이사장에 대한 증인신청 여부는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검찰청의 과거 차명계좌 관련 수사 자료를 보면 청와대 직원 계좌에서 수천만 원의 금전 이동 내역이 발견된다는 조 전 청장 측 주장에 대해 검찰 측은 "대검에서 받은 해당 수사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 보시면 알겠지만 대부분 직원 개인의 일시적인 거래 내역이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돼 자살하기에 이르렀고 권 여사가 이를 감추려고 민주당에 특검을 못하게 했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노 전 대통령과 권 여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 명예훼손)로 지난달 조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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