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신발가게. 한참 만에 신발 두 켤레를 고른 원모 씨(31·여)가 신어보겠다고 멈춘 곳은 매장 계산대 바로 옆이었다. 종업원이 신발을 신겨주는 사이 원 씨의 오른손은 슬그머니 계산대 서랍으로 향했다(사진1).
3초. 원 씨가 현금 36만 원을 꺼낸 뒤 서랍을 닫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1m도 안 되는 거리에 종업원이 있었지만 원 씨는 태연했다. 그가 원한 신발을 신겨주느라 쭈그리고 앉아 있던 종업원이 일어나 범행이 들통날 뻔했다. 하지만 원 씨는 코앞에 직원이 있는데도 손에 쥔 현금은 끝까지 쥔 채 내려놓지 않았다(사진2).
오히려 옆에 진열된 다른 신발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면서 종업원의 시선을 돌려놓고 오른손으로는 조용히 서랍을 닫는 대담함을 보였다(사진3). 돈이 없어진 사실을 안 뒤 폐쇄회로(CC)TV를 본 종업원은 “신의 손 같다. 돈 꺼내는 소리도, 서랍 열고 닫히는 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내가 바로 앞에 있었는데…”라며 혀를 내둘렀다.
원 씨는 이 범행에 이어 인천 부평역 지하상가로 옮겨가 여성의류 매장에서 현금 120만 원을 훔치는 등 이날 하루에만 세 차례에 걸쳐 184만 원을 훔쳤다. 그는 범행 장소를 옮길 때마다 화장실에서 옷과 모자 등을 바꿔 착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편이 해외에 근무해 세 살난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원 씨는 14차례의 절도 전과가 있다. 원 씨는 “도벽 때문에 정신과 치료도 받았지만 계산대만 보면 그 안에 있는 돈을 훔치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6일 상습절도 혐의로 원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추가 범행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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