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닮나… 서울교육감 선거도 단일화 늦추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9일 03시 00분


“시민 참여-홍보에 시간 필요”… 진보 경선 11월 12일로 연기
李권한대행 출마시기 저울질… 보수측 “2일 경선때 나와야”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12월 19일)를 앞두고 좌파 및 진보진영이 후보 단일화를 늦추는 분위기다. 대선과 비슷한 모양새다. ‘2012 민주진보진영 서울시교육감 추대위원회’는 다음 달 4일로 예정됐던 후보경선을 1주일 이상 미뤄 12, 13일 이틀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수진영의 ‘좋은 교육감 추대 시민회의’와 ‘선택 12·19 교육계 원로회’도 28일 긴급회의를 열고 후보경선 연기 여부를 논의했다. 진보진영의 선택을 모르는 상태에서 굳이 패를 먼저 보여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논란 끝에 일단은 예정된 날짜(11월 2일)에 경선을 진행하기로 했다. 시민회의 관계자는 “일정을 미루려면 후보 간 동의가 필요해서 계획대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진보진영 추대위는 경선 일정 연기 이유를 “후보들이 공약을 알릴 시간을 보장하고 (경선에) 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계 원로회 관계자는 “최대한 시간을 끌어 유권자의 관심을 받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진영 후보를 뽑겠다는 의견(32.4%)과 진보진영 후보를 뽑겠다는 의견(33.0%)은 엇비슷하다.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좋은 교육감 시민회의에 후보등록 의사를 밝힌 9명 가운데 신상이 알려지지 않은 2명이 경선일에 확인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중 1명은 이대영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직 공무원은 재선거 후보 등록일(11월 25일) 이전에 사퇴하면 된다. 하지만 특정 진영의 후보로 뽑힌 상태에서 직무를 계속하는 데 대한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 권한대행은 좋은 교육감 시민회의에 후보 등록 여부를 공개하지 말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서 출마 권유를 받고 결심을 굳혔다고 교육계 인사들은 전한다. 이 권한대행은 11월 중순쯤 사퇴 의사를 밝히고 선거운동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감 권한대행이 된 지 얼마 안 돼 당장 사퇴하면 오히려 부정적인 여파만 생길 수 있다. 우선 좌파 성향 교육감과 확실히 반대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때를 봐서 자율고 같은 이 장관의 대표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곽노현 전 교육감의 정책을 되돌리는 내용을 여러 차례 발표한 점도 이런 수순을 감안해서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좋은 교육감 시민회의 관계자는 “보수진영 후보로 나오고 싶으면 11월 2일(경선일)에는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후에 나와도 절대 보수진영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대선과 비슷하게 단일화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현실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시민 김모 씨(45)는 “단일화를 해도 어차피 각 진영에서 만든 공약을 후보가 대신하는 것 아닌가. 왜 단일화를 늦추는 쇼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대선#교육감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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