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에서는 최근 “정수장학회가 장학생 선발 면접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지지 여부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묻는다”, “선발된 장학생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절을 하고 박근혜 후보와 박 전 대통령 관련 행사에 참석을 강요받는 등 선거운동에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 같은 주장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장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생이 됐는데 주변에서 ‘이상한 장학금 받은 것 아니냐’라는 시선을 보내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2012년 정수장학회 47기 대학생 장학생 명단을 토대로 전체 208명의 장학생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한 20명을 심층 인터뷰해 의혹을 검증했다.
○ 장학생들 “행사 참여 강요 없었다”
야권은 정수장학회 장학생의 모임인 청오회(靑五會)와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常靑會)를 박 후보의 외곽 지원단체로 지목하면서 정치세력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원들이 의무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고 추도식에 참석하는 등 정치색이 강한 행사에 동원된다는 주장이다.
본보가 인터뷰한 47기 장학생 대학생 20명은 전부 “박 전 대통령과 박 후보와 관련한 행사에 참석을 강요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서울지역 대학에 재학 중인 A 씨(22·여)는 “장학회에서 ‘참석해 달라’고 당부한 행사는 올해 5월 장학금 수여식이었을 뿐 박 후보와 무관했다”고 말했다.
장학생 일부가 장학회 주최의 행사에 참가해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의 생가 방문행사에 참석한 학생은 본보 인터뷰에 응한 20명 가운데 2명이었다. 경북지역 장학생 C 씨는 올해 청오회 대구경북지부가 주최한 팔공산 등산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엔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방문 일정이 포함돼 있었다. C 씨는 “행사 참여 학생 10명 중 5, 6명이 생가에 들어가 절했고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며 “나는 이번 대선에서 야권 후보를 지지하기 때문에 분향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 공방이 가열됨에 따라 장학금 수혜 학생 대다수는 자신이 정수장학회로부터 장학금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걸 꺼리는 분위기다. 서울 사립대 재학생 D 씨(21·여)는 친구들로부터 “정수장학회 수혜 학생들은 박 전 대통령을 숭배해야 한다는데 비정상적으로 보인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D 씨는 오해를 바로잡고 싶었지만 ‘장학회 도움을 받더니 정수장학회를 옹호한다’는 소문이 날까 봐 자신이 수혜 학생이라는 사실도 말하지 못했다.
장학생 선발 시 정치성향을 따진다는 야당 측의 주장과 관련해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E 씨는 “면접관 4명이 장래희망이나 군 입대 일정, 학업 계획을 물었고 평범한 인성면접이었다”며 “장학회 운영 자체는 정치적 편향성 없이 이뤄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장학생 전국에 고루 분포
정수장학회 고교생 장학금 혜택이 대구·경북(TK) 지역에 집중됐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대학생 장학금은 비교적 전국에 고루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협 민주통합당 의원은 최근 “정수장학회가 2002∼2011년 고교생에게 지급한 장학금 30억8600만 원 중 21.8%인 6억7400만 원은 대구·경북 지역에 돌아가 서울·경기의 15.5%보다 많았다”고 지적했다.
47기 대학생 장학생들에 따르면 대구·경북 출신 학생은 31명(14.9%)으로 경기·인천 32명(15.4%)이나 부산·울산·경남 30명(14.4%)과 비슷했다. 장학생이 가장 많이 선발된 곳은 서울 55명(26.5%)이었고 충청과 호남은 각각 13%, 10.1%였다.
광주지역 출신 F 씨(21·여)는 “선발 과정에서 출신지나 부모님의 본적을 묻지 않았다”며 “청오회 선배 중 광주지역 대학 출신 교수도 여럿 있기 때문에 지역 탓에 차별받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수장학회가 각 대학에 보낸 선발요강에 따르면 대학이 추천한 성적 우수자를 대상으로 학점(평량평균 기준 85점 이상 및 학과 성적 상위 5% 이내)과 가정형편을 고려해 장학생을 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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