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불참 성폭행 피해자 수사기관 진술 증거 인정

고법, 원심 깨고 유죄 선고

성폭행 피해자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더라도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통상적으로 피해자의 진술은 법정 증언이 있어야 증거로 쓸 수 있다는 점에 비춰 이번 판결은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원의 적극적인 처벌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김주현)는 25일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최모 씨(32)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년과 정보공개 5년을 선고했다. 최 씨는 지난해 8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A 씨(20·여)와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문자를 교환하다 A 씨가 “더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하자 A 씨가 퇴근할 때를 기다려 한적한 곳에서 A 씨를 성폭행했다.

A 씨의 신고로 최 씨는 재판을 받게 됐지만 A 씨는 종적을 감춘 채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법원의 노력에도 피해자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의 주요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인데 피해자가 법정에 나오지 않아 진술을 증거로 쓸 수 없다”며 최 씨를 무죄로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진술한 내용에 거짓이 있을 여지가 없고 진술 및 조서 작성과정을 믿을 수 있다”며 A 씨의 수사기관 진술을 증거로 인정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