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배와 교사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응원메시지를 보낸다. 과자나 떡, 엿, 초콜릿과 같은 간식을 준비하거나 롤링페이퍼를 돌리는 것 정도는 이제 기본이 됐다. 후배와 교사들의 응원전도 매년 진화하고 있다. 전국 고등학교에서 펼쳐진 후배와 교사들의 이색 응원전을 모아봤다. 전국의 대입 수험생들이 수능 날 ‘운수대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 수능도 잘 터져라! ‘와이파이’ 촛불 응원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언제나 네 곁에 서 있을게!”
어둠이 찾아온 최근 어느 날 야자시간. 부산 해운대여고 운동장에 모인 전교생이 합창을 하고 있다. 촛불로 만들어진 ‘수능대박’이라는 대형 문구도 노래에 맞춰 출렁이고 있다. 1, 2학년 학생들이 고3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촛불 응원 이벤트를 마련한 것. 700여 명의 1, 2학년 학생들이 손에 촛불 하나씩 들고 운동장을 가득 메우자 ‘수능대박’ 문구와 부채꼴 모양의 ‘와이파이’ 문양이 만들어졌다.
‘수능대박’은 알겠는데, 웬 ‘와이파이’냐고? 이동통신사 광고에 등장하는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는 표현을 빌려 수능도 ‘대박 터져라’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극적인 연출도 잊지 않았다. 와이파이 수신율이 점점 높아지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미리 켜 놓은 촛불을 손으로 가리고 있다가 타이밍에 맞춰 불빛을 드러냈다.
먼저 ‘수능대박’ 문구에 불이 탁 켜지고, 그 뒤로 4단으로 만들어진 와이파이 문양에 차례로 불이 들어오자 드디어 최고 수신율을 의미하는 커다란 4단 와이파이 문양이 완성됐다. 지오디(god)의 ‘촛불 하나’, 인순이의 ‘거위의 꿈’ 등 이벤트가 거행되기 3주 전부터 선곡한 노래 10곡도 전교생이 함께 완창했다. 이 학교 2학년 박윤경 양(17)은 “촛불응원은 3학년 언니들에게뿐 아니라, 응원하는 사람에게까지 힘과 감동을 준다”며 소감을 밝혔다.
○ 제자를 위해 노래하라!
교사들의 응원전도 빠지지 않았다. 매년 부산 덕문여고에서는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고3 담임교사들의 응원 메시지를 영상으로 만든다. 하지만 박재원 교사는 “○○야, 힘내” “수능 잘 봐!”식의 진지하지만 평범한 응원메시지를 거부하고 홀로 색다른 이벤트를 준비했다. 학생 사이에서 인기 있는 노래인 서인국 정은지의 ‘All for You’를 개사하고 직접 기타 연주와 함께 노래 응원을 펼친 것.
‘난 세상 모든 걸 다 안겨 주지는 못하지만 난 너에게만 이제 약속할게 오직 너를 위한 내가 될게’라는 가사를 ‘난 수능 문제 콕 집어 주지는 못하지만 난 너에게만 이제 약속할게 오직 너를 위한 쌤이 될게’로 개사해 감동적인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박 교사는 약 2주 동안 틈틈이 노래를 선곡하고 개사했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에서 악보를 내려받아 코드도 직접 바꿔 가며 기타 연주도 열심히 연습했다. 고3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한 이벤트였지만 ‘며칠째 전화도 없는 너 얼마 후면 나의 생일이라는 걸 아는지’라는 가사를 ‘며칠째 공부도 안 하는 너 얼마 후면 수능시험이라는 걸 아는지’로 개사해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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