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모 씨(50)는 2009년 키가 작아 고민하는 고교생 딸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가 ‘성장판이 닫혀 이제 키가 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전 씨는 실망하는 딸을 두고 볼 수 없어 신문 광고에서 본 ‘키 성장제’ 판매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회사 측은 “우리 제품과 다이어트 보조제를 섞어 먹으면 성장판이 닫혀도 4cm는 더 자란다”고 자신했고 전 씨는 390만 원어치를 샀다. 전 씨는 “끊지 말고 2년 동안 먹어야 한다”는 판매 직원의 말을 따라 열심히 이 제품을 사 먹였지만 딸은 이후 1cm도 더 자라지 않았다.
최근 자녀의 키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키 성장제’ 판매업체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키 성장제 중 상당수 제품이 객관적 근거 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며 키 성장제에 대해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공정위에 접수된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키가 큰다는 광고나 상담 직원의 말만 믿고 제품을 샀다가 효과를 보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판매회사들은 “효과가 없으면 환불해 주겠다”는 말로 소비자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막상 소비자가 효능에 의문을 갖고 환불해 달라고 하면 포장훼손 등의 이유를 들어 거절하기 일쑤였다. 일부 업체의 제품은 복용 이후 설사, 여드름 등 부작용이 생겼는데도 반품은커녕 환불에 따른 위약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판매 가격도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광고나 포장용기에는 유명 제약회사 상호가 써 있지만 실제로는 중소업체가 만든 제품이 많았다. 대형 제약회사는 수수료를 받고 이름만 빌려준 것이다. 수수료 외에도 총판, 대리점 등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소비자 구입가격은 최초 공급가격의 최고 50배까지 부풀려지기도 했다.
김정기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대부분의 키 성장제는 ‘건강보조식품’으로 직접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며 “구입 전에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사 등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소비자 상담센터 등을 통해 해당 제품으로 피해를 본 사례가 없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공정위는 올해 상반기부터 키 성장제 및 키 성장 운동기구와 관련된 부당광고 행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제재 대상과 조치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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