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주차장. 이른바 ‘텐프로’라 불리는 유흥업소 종업원 이모 씨(32·여)는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직원 조모 씨(42)의 승용차에 서둘러 탔다. 그러고는 자신이 쓰던 에르메스 ‘켈리백(사진)’ 2개와 카르티에 팔찌 세트 2개를 내밀었다. 켈리백은 ‘돈 있어도 못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하기 힘들다는 명품 가방이다. 아끼던 물건들을 내준 대가로 이 씨가 받은 것은 50mL 프로포폴 앰풀 16병. 속칭 ‘우유주사’로 불리는 마약이었다.
당시 이 씨는 프로포폴을 사는 데 이미 2760만 원을 쓴 상태였다. 4월부터 조 씨와 거래한 그녀는 한 달에 많게는 800만 원을 프로포폴에 썼다. 급기야 애지중지하던 물건까지 팔면서 약을 사들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씨는 개당 1000만 원을 호가하는 켈리백 외에도 1500만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귀걸이 한 세트도 건넸다.
켈리백을 넘긴 후엔 600만 원 상당의 또 다른 에르메스 가방과 시가 300만∼400만 원 정도 하는 ‘콜롬보’ 악어가죽 지갑, 목걸이, ‘프라다’ 가방을 주고 프로포폴을 받았다. 이 씨가 5개월 동안 사들인 프로포폴이 90병(4500mL)이나 된다. 마취 시술 한 번에 5mL를 맞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이다. 검찰 관계자는 “프로포폴에 중독된 사람들은 얼마 안 되는 약에도 수천만 원을 쓴다”고 전했다. 중독자들이 이처럼 프로포폴에 연연하는 이유는 숙면 효과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많은 유흥업소 종업원들이나 연예인들이 프로포폴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는 이유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성진)는 프로포폴을 불법적으로 유통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조 씨를 구속 기소하고, 프로포폴을 나른 같은 병원 피부관리사 장모 씨(32)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씨 등 상습 투약자는 계속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또 이날 성형외과 의사 조모 씨(44)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조 씨는 2009년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다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해 사망하게 하는 바람에 병원을 폐업하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의사에서 ‘프로포폴 공급자’로 전락한 조 씨는 강남 일대 주거지와 모텔, 호텔은 물론이고 부산 해운대까지 출장을 다니며 단골 고객에게 프로포폴을 놔줬다. 조 씨에게 프로포폴을 맞은 사람 중에는 춘천지검에서 기소된 방송인 A 씨와 프로포폴 관련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모 씨도 포함됐다.
조 씨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으로 프로포폴 20병을 밀수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친한 동료 의사 이름이 적힌 도장을 신분 위조용으로 파 사용하면서 제약사로부터 몰래 약을 사들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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